제267화
심소희는 시선을 피하며 메뉴판을 내려다보았다.
“이 블러디 메리도 괜찮아 보이네. 난 이걸로 할래.”
주문을 마친 심소희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송서아와 눈을 맞췄다.
“그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한 잔으로 부족하면 다른 거 더 시키고.”
송서아는 하마터면 사레가 들릴 뻔했다. 두어 번 기침하고 입을 가렸다.
“아, 아니야. 이 한 잔이면 충분해.”
옆에 있던 복근남이 냅킨 한 장을 건네며 송서아의 입술을 닦아주려 했다.
송서아의 등이 뻣뻣하게 굳었다.
송서아는 연애 경험이 거의 없었다. 제대로 만나본 남자는 박유준과 김원우가 전부였다.
낯선 남자가 이렇게 친밀하게 접촉해오자 송서아는 열두 배는 더 불편하고 어색했다.
복근남은 송서아의 어색함을 눈치챘는지 다정하게 웃었다.
“누나, 괜찮아요. 놀러 왔으면 즐겁게 놀아야죠. 지금은 우리가 잘 모르지만 이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한 잔 다 마시고 나면 친해질 거예요.”
심소희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맞아. 롱아일랜드 아이스티 한 잔 마시고도 못 친해질 관계는 없지.”
송서아는 이미 옆으로 잔뜩 비켜 앉아 더 이상 갈 곳도 없었다. 하지만 복근남은 송서아의 옆으로 바싹바싹 다가왔다.
“누나, 제가 이렇게 가까이 앉는 게 싫으시면 옆으로 가 앉을게요.”
복근남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제가 옆자리에 앉은 걸 매니저님한테 들키면 벌금을 내야 해서요.”
말끝에는 눈물을 뚝뚝 흘릴 기세였다.
“누나, 편찮으신 할머니만 안 계셨어도 제가 이런 일은 안 했을 거예요. 이렇게 해야 돈을 빨리 벌 수 있어서...”
송서아는 손을 들어 남자를 제지했다. 더 말하게 뒀다가는 엉엉 울 것만 같았다.
“아니, 아니에요. 옆으로 갈 필요 없어요. 그냥 여기 앉아 있어요. 괜찮아요.”
심소희는 옆에서 몰래 웃으며 블러디 메리 잔 너머로 슬쩍 송서아를 놀려댔다.
“내 사촌 동생이 제대로 된 연애는 딱 한 번 해봐서 부끄러움을 많이 타요...”
송서아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분명 긴장을 풀러 왔는데 어째서 점점 더 긴장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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