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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밖. 깜빡이는 네온사인이 송서아의 붉게 달아오른 얼굴을 물들였다. 그 모습이 마치 은은한 후광을 두른 듯 화사하게 빛났다. 김원우는 그런 송서아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늘 이성적이고 냉철한 그녀에게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신선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워...’ 김원우는 술에 취한 송서아가 차가운 바람을 맞다가 감기에 걸릴 것을 걱정해 차 안의 에어컨을 조절했다. 하지만 송서아는 곧바로 손을 뻗어 방금 막 올린 냉방 온도를 다시 낮추었다. 그러면서 더워 죽겠다고 투덜거리는 걸 잊지 않았다. 김원우는 지금의 송서아와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몰래 다시 에어컨 온도를 올렸다. 하지만 그 작은 움직임을 포착한 송서아가 곧바로 온도를 낮게 되돌렸다. 김원우는 무력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억지 부리는 송서아를 이겨본 적이 없었으니까. 송서아가 냉기로 가득한 차 안에서 눈을 가늘게 뜬 채 느릿한 말투로 김원우에게 물었다. “왜... 날 찾아온 거예요?” 내일이면 구청에 가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짐을 전부 정리한 상태였다. 그러니 송서아와 김원우 사이에는 더 이상 이야기할 거리가 남아있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김원우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혼을 피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남자가 뒷좌석에 놓인 금고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두고 간 물건이 있어.” 그 말에 송서아가 뒤를 돌아보았다. 김원우와 살던 집의 침실에 있던 금고가 뒷좌석에 고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송서아가 가장 아끼는 유화 두 점이 들어있었다. 물건을 잊고 온 건 분명 그녀의 실수였다. 하지만 김원우가 그 두 점의 유화를 챙겨주려고 이곳까지 쫓아온 건, 혹여나 송서아가 김씨 저택의 정원에 무언가를 빠뜨릴까 봐 서둘러 챙겨주며 관계를 정리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왜 이렇게 서둘러 나와의 관계를 끊고 싶어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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