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6화
서현우는 마음이 조급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상황이 이 지경으로 치달았는데 아직도 서아 씨한테 네 진심을 말하지 않은 거야?”
어젯밤의 기억을 떠올린 김원우가 짧게 대답했다. 그는 분명 송서아에게 마음을 표현했었다.
“표현했어.”
“서아 씨는 뭐라고 했는데?”
“...”
김원우는 서현우의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하필 그 순간, 송서아가 자신의 품에 기대 잠들었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고백을 들었을 거라 믿고 있었다. 송서아가 대답을 회피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애초에 서아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아야 했는데.’
김원우는 스스로를 자책했다. 감정을 표현하는 일로 송서아를 재촉하고, 대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건 결국 자신이었으니까.
“서아 마음속엔 내 자리가 없어.”
“하아...”
서현우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친구 김원우는 돈과 명예, 모든 걸 다 가진 남자였지만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순정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일수록 상처는 더 깊게 남을 것이다.
한편, 유화 두 점을 품에 든 송서아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호텔로 돌아왔다.
평일이라 그런지 심소희는 출근하고 없었다. 그녀는 조용한 스위트룸에 화폭을 내려놓으며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러다 문득, 김씨 가문에서 일하는 운전기사의 딸에게 그림을 그려주기로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송서아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재료를 사려는 것이었다. 그런데 호텔방의 문을 열자마자 마주친 얼굴이 있었다.
그녀가 지금 세상에서 가장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 박유준이었다.
며칠 사이에 그는 눈에 띄게 초췌해져 있었다. 거뭇한 수염 자국, 지친 눈빛, 어깨에 내려앉은 무력감까지... 예전의 반듯한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긴장한 송서아가 순간 몸을 움츠렸다.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 들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설마 날 미행한 거예요?”
박유준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미행한 게 아니라... 서아 씨가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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