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7화
말을 마친 송서아는 박유준에게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재빨리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운 좋게도 마침 엘리베이터 한 대가 그 층에 멈춰 있었다. 그녀는 곧장 안으로 들어가 문 닫힘 버튼을 연달아 눌렀다.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난 박유준이 엘리베이터 쪽으로 뛰어갔을 때는 이미 늦었다. 엘리베이터 문은 매정하게 닫혀 있었다.
송서아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박유준을 따돌렸다고 생각하는 순간.
누군가 호텔 로비에 막 내려선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
놀란 송서아의 앞에는 비상계단으로 뛰어 내려온 박유준이 서 있었다.
정말이지, 떼어낼래야 떼어낼 수 없는 집요한 인간이었다.
“도대체...”
그녀가 짧게 숨을 들이켰다. 박유준은 너무도 끈질겼다. 질척하다 못해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호텔 로비는 넓고도 복잡했다. 체크인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고, 여행객과 투숙객들이 오가며 웅성거렸다.
‘설마 박유준이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무슨 짓이라도 하겠어?’
하지만 송서아는 박유준이라는 사람에 대해 여전히 무지했다.
남자는 주위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이내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천천히 주머니에서 붉은 벨벳 상자를 꺼냈다.
딸깍.
상자가 열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호텔 로비의 샹들리에 불빛을 받아 눈부시게 반짝였다.
대략 5에서 6캐럿은 되어 보이는 크기였다.
순식간에 로비의 공기가 달라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몰리고, 서로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세상에, 뭐야? 프러포즈하는 거야? 로맨틱해!”
“다이아 크기 실화야? 영화 같아... 여자도 엄청 예쁘고 남자도 괜찮잖아?”
“두 사람 진짜 잘 어울린다. 내가 자주 다니는 호텔에서 이런 걸 볼 줄이야... 영상으로 남겨야겠다.”
송서아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녀의 눈빛에 노골적인 혐오가 비쳤다.
“또 무슨 꿍꿍이로 이 난리를 치는 거죠?”
하지만 박유준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완벽한 자세로 무릎을 꿇은 채 진심 어린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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