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0화
민채원의 낯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난처하고 불편한 기색이었다.
허가윤이 뱃속 아이를 잃고 나면 박유준이 송서아에게 달려가 충성을 맹세할 것은 짐작했지만 설마 송서아가 그걸 빌미로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다. 본래 오늘 기일을 틈타 송서아에게 한 방 먹일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송서아에게 선수를 빼앗겨 제대로 망신을당한 셈이었다.
민채원은 가슴에 꽉 막힌 울분 때문에 속으로 몇 번이고 눈을 치켜떴다.
그 들끓는 감정을 억누르느라 얼굴 근육이 일그러질 지경이었고 겨우 간신히 그 자리에서 폭발하는 것을 참아냈다.
송서아는 그런 민채원의 얼굴을 바라보며 민채원의 얼굴이 마치 화가들이 쓰는 물감 팔레트보다 더 다채롭다고 생각했다.
법사가 제사를 마친 후, 박씨 가문은 손님들을 위해 성대한 잔칫상을 차렸고 음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풍성했다.
박씨 가문은 친척과 친구들, 그리고 같은 사회 계층의 사람들 앞에서 늘 체면을 중시하는 터라 한 사람의 기일조차 극도로 성대하고 호화롭게 치러야 했다.
상 위에 놓인 킹크랩과 온갖 종류의 랍스터를 바라보던 송서아는 문득 착각에 빠졌다. 마치박씨 가문의 남은 아들 하나가 또다시 결혼 잔치를 여는 것만 같았다.
허씨 일가가 박씨 가문에서 세심히 초대해서 온 것인지 아니면 초대받지 않았는데도 뻔뻔하게 얼굴을 들이밀고 온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온 가족이 딸린 채로 와 있었다.
심지어 허가윤의 남동생 허준하까지 와 있었다.
송서아는 그들과 같은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몹시 불편했다.
안영화가 허가윤에게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덜어주며 말했다.
“가윤아, 네 상처가 회복되는 동안 해산물 같은 음식들은 먹으면 안 된단다. 입맛이 없겠지만 이것만이라도 좀 먹어야지.”
송서아는 맞은편에서 벌어지는 그 모성애 가득한 광경을 바라보며 속으로 실소했다.
정말로 염려하는 마음이라면 죽 한 그릇을 챙겨주며 상처가 덧날까 봐 걱정하는 말만 했을 리 없었다.
송서아는 병원에서 허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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