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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김원우의 눈빛에는 흥분과 분노가 가득했다. 그는 재빨리 송서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는 두 사람 사이에 빈틈 하나 없이, 바람 한 점도 들어오지 못하게 꽉 감싸 안았다. 새벽 2시 30분. 폭우가 갑자기 멈췄다. 침실 밖에서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무줄기도 바람에 따라 천천히 흔들렸고, 잎사귀에 맺혔던 빗방울도 똑똑 떨어졌다. 창밖에서 나는 소리와 방안에서 나는 소리가 어우러져 마치 아름다운 교향곡과도 같았다. 다만 이 교향곡 사이사이에 두 사람의 숨소리가 섞여 있었다. 깜깜한 밤, 귓가에 김원우의 숨소리가 들려오자 송서아는 온몸이 나른해지는 느낌이었다. 김원우가 물었다. “네가 보기엔 내가 시작할 것 같아? 아니면 시작하지 않을 것 같아?” 송서아는 입술을 깨문 채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이미 시작한 거 아닌가? 이 타이밍에 왜 물어보는 거야.’ 송서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김원우는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어둠 속에서 그는 자기 눈을 피하려는 송서아의 얼굴을 꽉 잡았다. 송서아는 이를 너무나도 꽉 깨문 나머지 입술 사이로 희미한 통증이 느껴졌다. 곧 김원우의 눈빛은 다시 부드러워지기 시작했다. 조금 전 질문할 때의 압박감은 사라지고, 그는 손을 들어 송서아의 입술을 어루만졌다. “그만 깨물어. 피 나겠어. 더 이상 묻지 않을 거니까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돼.” 그는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송서아는 거의 20년 전과 다를 바 없었다. 김원우는 20년 전 저녁 식사 자리에서 송서아가 실수로 그릇 하나를 깨뜨렸을 때도 이런 모습이었던 것이 생각났다. 김원우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어떻게 여섯 살 때랑 똑같아? 입술 깨무는 버릇을 아직도 못 고쳤네.” 송서아는 깜짝 놀라더니 이내 오래된 버릇이 들통 난 듯한 부끄러움에 휩싸였다. ‘스물대여섯 살인데도 아직 어릴 때랑 똑같네.’ ‘어떻게 내 어린 시절 모습을 기억할 수가 있지? 그 저녁 식사 자리도 벌써 거의 20년 전인데 그런 사소한 일까지 또렷하게 기억할 리가 없잖아.’ “기억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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