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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부끄러움이 많으시네. 아직도 원우 씨라고 부르는 걸 보니.’ 강정숙이 차분히 설명했다. “도련님께서는 계약 관련해서 회사로 가셨어요. 서아 씨가 깨어나면 아침으로 뭘 드시고 싶은지 물어보라고 하셔서요. 조금 있다가 돌아오시면 송씨 가문으로 데려다 드릴 거예요.” 송서아의 머릿속에는 온통 어젯밤 두 사람이 욕실과 침대에서 보낸 장면들로 가득했다. 생각만 해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정도였다. ‘원우 씨가 없어서 다행이야. 있었으면 얼마나 어색했을까.’ 송서아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침 준비 안 하셔도 돼요. 원우 씨가 일부러 저를 데려다 줄 필요도 없고요. 제가 알아서 가면 돼요.” 송서아는 급히 밖으로 나갔다. 1층으로 내려갔는데 차를 마시고 있던 김원우의 부모님을 만나게 되었다. 송서아는 발걸음이 현저하게 느려지더니 웃으면서 인사했다. “아줌마, 아저씨, 안녕하세요. 어젯밤엔 감사했어요. 저는 먼저 돌아가 볼게요.” ‘이상하네. 왜 연애하다가 부모님께 들킨 기분이지?’ 정연희가 일어나 도망가려던 송서아를 붙잡았다. “서아야, 원우는 바빠서 그렇다 치고. 기사님한테 데려다 달라고 해. 아니면 원우가 돌아오면 화낼 거야.” “화를 낸다고요?” 송서아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왜 화를 내지?’ 하지만 정연희는 설명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그녀는 송서아의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향했다. 운전기사가 차에 올라타자 정연희는 송서아를 위해 다정하게 뒷좌석 문을 열어주며 웃으며 말했다. “너희 엄마 어젯밤 분명 많이 걱정하셨을 거야. 집에 가서 잘 얘기하고.” 송서아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줌마, 안녕히 계세요.” 송서아가 떠난 뒤,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던 김태혁도 밖으로 나와서 흩날리는 낙엽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얘는 왜 아직도 아줌마, 아저씨라고 부르는 거야.” 정연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냥 만족해요. 정숙 아줌마가 그러는데 서아가 원우한테도 원우 씨라고 부른다던데요? 회장님이라고 부르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인 줄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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