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그는 당장이라도 짐승보다 못한 그 인간을 갈가리 찢어 삼켜버리고 싶었다.
가까운 병원까지도 십여 킬로미터, 아무리 속도를 끌어올려도 도착하려면 30분은 족히 걸렸다.
“조금만 참아, 서아야. 아주 조금만 더 버티면 돼. 금방이야.”
다행히 교외의 길은 한산했고 늦은 밤이라 차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두 사람이 탄 차는 인기척 없는 가로수길을 미친 듯이 달려 나갔다.
송서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운전 중인 김원우를 올려다보았다.
“원우 씨, 저 정말 너무 더워요. 심장에 개미가 기어다니는 것 같은데... 이대로 죽는 거 아니에요?”
“송서아, 넌 절대 죽지 않아. 조금만 더 참아. 지금 병원으로 가는 중이야.”
그녀는 고통에 눈을 질끈 감고 조수석에서 몸부림쳤고 거친 호흡은 어느새 흐느낌 같은 신음으로 바뀌어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원우의 가슴은 마치 누군가가 손으로 거칠게 움켜쥐는 듯 아려왔다.
그는 내비게이션에 표시된 남은 시간을 힐끔 보고는 단숨에 결정을 내리더니 핸들을 꺾어 차를 외진 샛길로 몰아넣었다.
급브레이크가 울리며 차가 강가에 멈춰 섰고 달빛에 비친 강물은 은빛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송서아는 아직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흐느꼈고 그녀의 애처로운 소리에 김원우는 심장이 긁히는 듯했다.
이내 차를 세운 그는 그녀의 두 손을 꼭 잡았다.
“내가 도와줄게.”
그의 눈빛은 어느새 굳은 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생각할 여유조차 없던 송서아는 차가 멈췄다는 걸 느끼자마자 김원우 쪽으로 몸을 기울였고 뜨겁게 달아오른 입술로 그의 얇은 입술을 덮쳤다.
그 순간, 겨우 참고 있던 욕망이 완전히 터져버렸고 모든 것은 너무도 갑작스럽고 격렬했다.
그날 김씨 가문에서의 밤과는 달리 오늘 밤의 송서아는 더욱 미쳐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광기는 김원우에게 가장 뜨겁고 깊은 열망을 느끼게 해 그 또한 빠져들어 헤어 나올 수 없었다.
구름이 달빛을 가리고 어느새 깊은 밤이 되었다.
여름밤의 바람은 나뭇잎을 스치며 바스락거렸고 벌레 우는 소리와 차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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