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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침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송서아는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윽고 강가에서, 그리고 차 안에서의 기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는 급히 몸부림치며 김원우의 품에서 벗어나고는 잽싸게 욕실로 달려가 문을 닫아버렸다. 예상치 못한 송서아의 행동에 문 앞에 덩그러니 서 있던 김원우는 멍해졌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그는 검은 눈썹을 찌푸리며 문 너머의 희미한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문가에 붙어 선 채 꼼짝도 하지 않는 송서아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다. 송서아는 허둥지둥 대답했다. “아... 아니에요. 그냥 먼저 씻고 싶어서요.” 김원우는 가녀린 그림자를 보며 피식 웃고는 낮지만 부드럽게 말했다. “응, 그럼 난 밖에서 기다릴게.” 송서아는 문에 등을 기댄 채, 고개를 들어 욕실 천장을 바라보았다. 이내 따뜻한 조명이 그녀의 눈동자에 내려앉자 수많은 장면이 뇌리를 스쳤고 그 안엔 거친 숨결과 낮은 신음이 얽혀 있었다. ‘세상에!’ 그녀는 사랑을 처음 나눈 것도 아니었지만 이렇게까지 스스로 얽매듯 매달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송서아는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온몸에 열기가 계속해서 번져갔다. 그녀는 오래도록 씻었다. 시간이 너무 지난 탓일까, 김원우가 몇 번이나 문을 두드리며 걱정했을 정도였다. 혹시 안에서 쓰러진 건 아닐까 두려워서. 한참 뒤, 송서아는 커다란 남성용 검은 수건에 몸을 감싼 채 욕실 문을 열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수증기가 자욱이 흘러나왔고 깨끗이 씻은 피부는 은은한 홍조를 띠었다. 김원우의 시선은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 뜨거운 시선에 송서아는 고개를 숙이며 더는 그와 눈을 맞추지 못했다. “왜 여기서 기다리고 계세요?” 순간 정신을 차린 김원우는 그녀가 자신을 이상하게 볼까 싶어 급히 해명했다. “너무 오래 안 나와서 무슨 일 생긴 줄 알았어.” 송서아는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촉촉한 눈망울로 그를 바라봤다. “그럼 제가 전화했을 때 그렇게 빨리 온 것도...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곧, 그녀는 질문을 내뱉고는 곧바로 후회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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