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사찰에 도착했을 때, 배진우는 정중앙에서 무릎을 꿇은 채 경을 외우고 있는 김미정을 보게 되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배진우는 즉시 선우연의 시신과 김미정이 관련되어 있다고 판단했고 말투가 거칠어졌다.
“연이는 어디 있어?”
김미정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경을 외우며 중얼거렸다.
배진우는 참지 못하고 김미정의 팔을 거칠게 끌어올려 억지로 일으켰다.
그제야 김미정은 중얼거림을 멈추고 배진우를 훑어보며 조롱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진우 씨, 당신 마음속에서 선우연은 정말 그냥 어린애일 뿐이야?”
“선우연을 잠깐 못 보게 했을 뿐인데, 이 난리를 피우다니. 내 팔을 이렇게 쥐고.”
그 말에 배진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이 꽉 쥐고 있는 김미정의 팔을 내려다보았다.
김미정은 다시 비웃듯 말했다.
“봐봐. 당신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역겨운 사람이야.”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방패였던 거야. 당신이 좋아한 건 줄곧 선우연이었잖아!”
“선우연은 당신보다 열 살이나 어리다고! 당신 입으로도 말했듯이, 짐승이나 다름없어.”
김미정의 말을 들은 배진우는 오래도록 가슴에 응어리져 있던 그늘이 문득 거짓말처럼 걷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단지 선우연을 잃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왔지만 김미정의 말은 그가 오랫동안 숨겨왔던 감정을 송두리째 찢어놓았다.
“우리가 어떻게 만난 건지 기억나?”
“한 파티였어. 당신이 내 드레스가 예쁘다고 했잖아. 나는 그냥 당신의 헌팅 멘트인 줄 알았지.”
“근데 선우연 옷장에도 똑같은 드레스가 한 벌 있었을 거야. 아니,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르지. 질투가 날 정도로.”
“당신은 아마 눈치도 못 챘겠지. 당신이 선우연을 볼 때마다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지.”
“그 눈빛이 나한테 얼마나 역겨웠는지 알아? 그런데 결혼 상대는 나잖아?”
김미정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럼 왜, 나랑 결혼은 못 하겠다는 거야?”
“선우연한테 할 짓, 못할 짓 다 해놓고 왜 이제 와서 안 된다는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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