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화
유태진은 자신을 차단한 박은영의 카톡을 보며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박은영에게 그날 전시회에서 샀던 그림의 사진을 보내주기로 약속했고, 오늘 한가한 시간을 틈타 보내주려 했다.
하지만 정작 마주한 건 빨간색 느낌표였다.
그는 박은영에게 언제 차단당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아마도 전시회 때였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별로 개의치 않았다. 최근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으니, 박은영이 아무 반응이 없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게 느껴지던 참이었다.
유태진은 박은영이 그를 차단한 것도 어쩌면 불만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고, 그때 박은영은 일주일 정도 지나서 다시 친구 추가를 하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넘어갔었다.
박은영은 그제야 아주 오래전에 유태진을 차단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개인 카톡뿐만 아니라 업무용으로 쓰던 카톡도 차단했었다.
그녀는 이제야 이 사실을 안 유태진이 놀랍지도 않았다.
차단하기 전에도 유태진은 거의 먼저 연락하지 않았다.
항상 그녀가 안부를 묻는 긴 메시지를 보내면, 그는 최대한 짧게 답하곤 했다.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아예 답장도 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대화는 그녀의 일방적인 편지에 가까웠다.
채팅 창에는 그녀의 장문메시지 사이사이에 ‘응', ‘알겠어', ‘그래' 같은 간단한 답변만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아마도 최근 그녀가 연락하지 않자, 유태진은 한결 편안했을 것이다.
“무슨 일이세요?”
박은영은 대답하지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감정을 알 수 없는 그녀의 물음에 유태진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림 사진을 보내달라며? 카톡으로 보냈는데, 가지 않길래 어쩔 수 없이 전화했어.”
박은영은 컵을 잡은 손가락을 살짝 움찔했다. 그의 말에는 미묘한 뉘앙스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마치 그녀가 일부러 그의 관심을 끌기 위해 카톡을 차단했다고 여기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이혼을 앞둔 사이였고, 유태진의 이런 의심은 아무 의미 없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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