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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유태진이 싸늘한 얼굴로 돌아오자 서연주는 두 사람의 대화가 불쾌하게 끝났다는 걸 알아챘다. 유태진은 이제 박은영을 향한 언짢은 마음을 대놓고 표현했다. 이때 유나연이 무심코 물었다. “오빠, 박은영 뭐래요? 내 험담 안 했어요?” 이에 유태진이 그녀를 힐긋 쳐다봤다. “너 뭐 심기 건드렸어?” “아니요.” 유나연은 주스를 들고 구시렁댔다.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요?” 김정한이 안으로 들어오며 유태진을 흘끔 쳐다봤다. 서연주가 기분 잡칠까 봐 좀전의 일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외딴 여자가 내 남자 품에 안기는 건 누가 들어도 불쾌한 일이니까. 별안간 정하늘이 피식 웃었다. “나연이한테 왜 그래? 이건 분명 박은영이 선 넘은 거잖아. 감히 우릴 미행하네? 주제 파악을 해야지, 쯧쯧.” 김정한도 담배에 불을 지폈다. “어떡하냐? 네가 이혼하고 싶어도 박은영 매달릴 게 뻔한데. 태진아, 준비 단단히 해야겠다.” 유태진은 아무 말 없이 서연주에게 차를 한 잔 따랐다. 서연주는 마냥 웃을 뿐 아무런 피드백이 없었다. 좀전의 에피소드를 마음에 새겨두지 않은 모양이다. 순간 유나연은 가슴이 찔렸지만 곧바로 생각을 고쳤다. ‘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박은영 그 찌질이는 분명 또 우리 오빠 찾아왔을 거야. 근데 내가 뭘 더 해명해? 어차피 박은영 하찮은 여자잖아. 다들 오해하든 말든 중요한가?’ 유나연은 다시 활짝 웃으며 서연주에게 매달려서 우성대에 관해 묻기 시작했다. ... 박은영은 주치의와 다음 주 월요일에 보존 치료에 대해 자세히 상의하기로 약속했다. 금요일 아침. 심가희가 카톡을 보냈는데 하수혁이 오후에 드론 비행 제어 초청 경기에 참석한다고 했다. 원래 그녀도 대주주 중 한 명으로서 함께 참석할 예정이지만 박은영과 하수혁의 관계를 풀고자 선뜻 초대장을 건네며 둘의 만남을 이어줬다. 박은영은 감동스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는 사람을 잘못 믿은 바람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허비했고,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이에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오전 열 시. 박은영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인수인계도 해야 했다. 홍보팀에 그녀의 자리를 이어받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었기에 서슴없이 업무의 핵심 사항들을 넘겨주었다. “팀장님, 정말 가시게요?” 계장이 아쉬운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네.” 계장은 겉으로는 차갑고 냉정해 보여도 실제로는 인심 좋은 박은영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막상 사표를 내니 애석할 따름이었다. “앞서 줄곧 몸이 편찮다더니 검사받아보셨어요? 남편분이 함께 가주신 거 맞죠?” 박은영이 잠시 머뭇거렸다. “검사받았는데 아무 일 없대요.” 남편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유태진은 거들떠보지 않을 테니까. 계장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매일 점심 남편분께 도시락 드리더니 오늘은 안 가요?” 박은영이 현모양처인 걸 홍보팀에 모르는 이가 없다. 남편이 가끔 속이 쓰리고 또 워낙 입맛이 까다로워서 하루 세끼 챙겨주고 점심시간 때마다 도시락을 가져다줬지만 여태껏 홍보팀 직원들은 그녀의 남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지, 이런 훌륭한 아내를 얻었으니. “네, 안 가요.” 박은영의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앞으로도 쭉 안 가요.’ 계장은 더 깊게 생각하지 않고 화제를 돌리며 부러움 가득한 눈길로 말했다. “좋은 남편 두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몰라요. 왜 사람마다 운명이 이렇게 다를까요? 서연주 씨 알죠? 이 사진 좀 봐봐요.” 박은영이 고개를 숙이고 휴대폰 속 사진을 들여다봤다. 유태진이 서연주를 부축하는 사진이었고 그 다음 장은 주위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하이힐이 불편하다고 번쩍 안아서 계단을 올라가는 거예요. 이런 남자가 어디 있겠어요? 진짜 공주님 다루듯 예뻐해 주잖아요.” “회사에서 다들 서연주 씨 부럽다고 난리도 아니에요.” “예쁘지, 명문대생이지, 대기업들이 앞다퉈 경쟁하지, 게다가 대표님 같은 능력자가 꽃길을 펴주잖아요. 로열 그룹 사모님 되는 건 시간문제일 거예요. 팀장님이 지금 떠나시는 게 너무 아쉬워요. 우리 함께 사모님 앞에 얼굴 한번 내밀 수도 있겠는데.” 현재 서연주는 로열 그룹에서 사모님과 다름없는 존재이다. 유태진이 그렇게까지 대놓고 챙겨주니 바보가 아닌 이상 둘이 연인 사이인 걸 모를 리가 없다. 박은영은 시선을 거두고 화장실에 들어가 화장을 고쳤다. 창백한 혈색을 조금 화사하게 커버해야 하니까. 이제 더는 시간을 끌고 싶지 않았다. 사표 처리가 아직이라 그녀는 아예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위층으로 향했다. 거기서 마침 조기현을 마주쳤다. “태진 씨는요?” 조기현이 미간을 구겼다. “또 도시락 드리러 왔어요? 아직 점심시간도 안 됐잖아요. 이렇게 섣불리 대표님 찾아와서 귀찮게 굴지 말라고 몇 번을 말해요?” 박은영은 조 비서가 왜 이렇게 시큰둥한지 곧장 알아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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