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9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고 침착하면서도 차가운 남자의 목소리가 귓전을 스쳤다.
“여보, 늦은 거 아니지?”
박은영의 말을 단칼에 끊어 버리는 한마디였다.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실내의 다른 사람들도 모두 놀란 표정으로 그쪽을 바라보았다.
유태진은 당당한 걸음으로 집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의 등장에 주도영도 본능적으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유태진이 박은영에게 ‘여보'라는 호칭을 써주며 체면을 세워줄 줄은 예상도 못 했다.
하지만 곧 생각이 바뀌었다.
‘여긴 박씨 가문 사람들뿐이니 외부인이 없는 자리에서야 가식적으로 인정해 주는 거겠지. 만약 모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박은영은 평생 저런 호칭을 들어보지도 못하겠지.”
우뚝한 키에 다부진 체격의 유태진은 새까만 정장을 차려입고 있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박은영을 흘끗 보고는 나혜주를 향해 말했다.
“회사 일이 좀 밀려서 늦었습니다. 할머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박은영의 표정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 무심코 던져진 ‘여보'라는 호칭에 박은영은 간신히 표정을 추슬렀다.
그녀는 유태진의 등장보다 그 말 자체에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유태진, 대체 무슨 뜻이야? 굳이 이렇게까지 연기를 해야 해?’
결혼하고부터 지금까지 그는 한 번도 그녀를 ‘여보'라고 부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박은영은 이미 유태진이 서연주 모녀와 함께 있을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상태였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나서 ‘여보'라니, 너무 의외였다.
박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넥타이를 확인했다. 서연주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그 붉은 무늬의 넥타이가 아닌, 기일에 어울리는 순수한 검은색이었다.
유태진의 의도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박은영의 미간은 더욱 깊게 일그러졌다.
그는 박은영을 바라보며 평온한 어조로 물었다.
“왜 그래?”
박은영은 그제야 자신이 그를 너무 이상한 눈빛으로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할머니도 계신 자리인지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화제를 돌렸다.
“어디서 오는 길이에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