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3화
나혜주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박은영의 고요한 눈매를 바라보았을 때, 그곳에는 이미 슬픔도 기쁨도 없는 담담한 결의만이 서려 있었다.
나혜주는 한참을 망설이고 나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그래서... 그래서 그랬구나.”
사실 박은영과 유태진의 결혼 생활이 어떤지, 그들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었다.
“은영아, 할머니한테 솔직히 말해보거라. 네가 유태진이랑 이혼하는 거... 혹시 주도영 때문이니?”
나혜주가 진정으로 걱정하던 부분이었다.
삼 년 동안 함께 잘 지내다가 왜 하필 주도영이 출소한 직후 이혼을 결심했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에요. 주도영과는 아무 상관 없어요.”
박은영은 나혜주의 오해를 풀기 위해 설명을 이어갔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이혼하는 거 아니에요. 그냥 억지로 맺어진 인연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에요. 서로를 괴롭힐 필요가 없잖아요.”
유태진이든, 주도영이든, 박은영은 이미 마음의 답을 내린 상태였다. 상대방의 마음은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아니었다.
박은영은 차라리 모든 속박을 벗어던지고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나혜주는 눈가가 뜨거워졌다. 그녀는 박은영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네가 자신을 스스로 가둔 감옥에서 벗어날 줄 알았으니, 할머니는 정말 기뻐. 유태진 쪽은 별다른 기색이 없던데, 이번에 와준 것만 해도 박씨 가문 체면을 세워준 거나 다름없지. 그런데...”
나혜주의 시선이 박은영의 복부를 스쳤다.
“네 배에 있는 그 흉터, 유태진은 한 번도 묻지 않았니?”
박은영은 고개를 숙인 채 무의식적으로 흉터를 쓰다듬었다.
그날, 주도영을 위해 치명상을 대신 받았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저희 사이에는 감정이 없었으니, 저에 대해 궁금해하지도 않았어요. 보고도 절대 이유를 묻지 않았죠.”
자세히 생각해 보니 유태진은 어떻게 그토록 냉담할 수 있었을까 싶었다.
분명 밤낮으로 그녀와 수없이 잠자리를 가졌고, 한때는 그녀의 몸에 집착하기도 했었다.
그 누구보다 그녀 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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