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5화
박은영이 신혼집으로 돌아왔을 때, 할머니는 지민숙에게 국을 끓이라고 지시하고 있었다.
주방에서 국이 끓는 소리가 들려왔고 방안 가득 진한 국물 향이 살짝 퍼져 나왔다.
할머니는 박은영이 들어오는 것을 보자 다정하게 맞이하며 말했다.
“너 혼자야? 태진이는? 주차하고 있어?”
박은영은 침착하게 대답했다.
“태진 씨는 일이 있어서 제가 먼저 왔어요.”
할머니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무슨 그렇게 대단한 일이 있길래 퇴근 시간인데도 못 온다는 거야!”
박은영은 그저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요즘 일이 그렇게 바빠?”
할머니는 지민숙에게 복숭아 주스를 따르라고 하며 물었다.
“아줌마 말로는 너랑 태진이 이쪽에 잘 안 온다던데, 왜 그래?”
박은영은 무언가 말하려다가 멈추었다.
아직 상황을 모르고 계시는 할머니는 그저 그들이 일 때문에 바쁜 줄 알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박은영을 바라보셨다.
박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답답하고 불만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유태진이 도대체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그가 먼저 말하지 않으니 자신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막막했다.
“연말이라 프로젝트에서 손을 뗄 수가 없어요.”
그녀는 신중히 말을 골라 대답했다.
할머니는 다리를 토닥이며 말씀하셨다.
“몸이 제일 중요하단다. 무리하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렴. 할머니가 미리 생각해 둔 게 있어. 너를 위해 자양강장제와 보약을 준비하라고 했어. 항상 괜찮다지만 할머니 눈엔 네가 많이 지쳐 보여. 여자에게 기혈이 가장 중요하니 일단 기혈을 보하는 약부터 먹어보렴. 분명 도움이 될 거야.”
박은영은 할머니가 진심으로 자신을 아끼고 계신다는 걸 알기에 그런 마음을 거절하기도 어려웠다.
할머니는 또 불만스럽게 말했다.
“태진이도 그래. 이 시간에 돌아오지도 않는다니. 은영아, 네가 전화해서 재촉해 봐. 이러면 어떻게 해!”
박은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할머니를 달랬다.
“괜찮아요. 할머니. 저희 먼저 먹어요. 혹시 운전 중일지도 모르는데 전화 받는 건 위험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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