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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박은영은 유태진이 할머니를 의식해서 그랬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혼할 사이인데 둘만 있을 때까지 연기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사진을 삭제하라는 건 그의 휴대폰 공간을 차지하는 게 싫었을 수도 있고, 서연주가 보며 오해하지도 않게 하려는 배려일 지도 모른다. 유태진의 차가운 눈빛이 그녀의 얼굴 위에 몇 초간 머물다가 이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마음대로 해.” 그는 화장실로 발걸음을 돌리며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오히려 바라는 바였을지도 모른다. 박은영은 유태진의 속마음을 짐작하려는 생각조차 없이 피곤한 듯 미간을 문질렀다. 할머니가 여기서 묵으실 거란 예상은 전혀 못 했는데 보아하니 며칠 더 머무르실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계속 여기에 올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박은영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유태진이 샤워를 마치길 기다렸다. 그동안 그녀는 프로젝트 계획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유태진이 나왔을 때 그는 머리를 반쯤 말린 상태였다. 그는 휴대폰을 보며 걸어오고 있었다. 박은영은 잠시 망설였다. 사실 연애 중인 남녀들이 다 이렇게 매 순간을 서로와 공유하고 보고 싶어 하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갔다 ‘샤워할 때조차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건 상대방의 메시지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휴대폰을 밖에 두었다가 내가 무언가를 볼까 봐 걱정되어서일까?’ 박은영은 담담한 눈빛을 지은 채, 유태진이 휴대폰에 정신을 쏟고 있는 행동을 전혀 보지 못한 척하며 나지막이 말했다. “할머니께서 며칠 더 계실 것 같은데 저는 나중에 안 올 거예요. 할머니께 출장 간다고 말씀드릴게요.” 그녀는 이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면 할머니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곧 연말이 다가오니 유태진이 할머니가 편안하게 이 해를 보내고 난 후 나중에 솔직하게 털어놓으려는 것으로 추측했다. 그녀도 이해할 수 있었다. 유태진은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 휴대폰 속의 사람이 그에게 무슨 메시지를 보냈는지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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