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7화
박은영은 받아 들고 단숨에 마셨다.
쓴맛이 입안 가득 퍼졌지만, 집안과 가방에도 약이 있을 정도로 많은 약을 먹어온 그녀에게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견딜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독...
요즘 들어 입맛이 없었는데 조금이라도 자극을 받으면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리기 일쑤였다.
할머니의 걱정 어린 시선을 받으며 박은영은 창백한 얼굴로 울렁거림을 억눌렀다.
“태진아, 은영이한테 달달한 걸 줘. 쓴맛 좀 누그러뜨리게.”
할머니의 말에 유태진은 그제야 고개를 돌렸다.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았지만 대신 사탕을 주지 않고 지민숙에게 지시했다.
“부엌에 있는 전용 냉장고에 매실청이 있을 거예요. 한 병 가져요.”
지민숙은 즉시 찾아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박은영의 시선이 그 매실청에 꽂혔다.
그녀는 달콤새콤한 맛을 좋아했다. 평소에는 간식을 잘 먹지 않기에 가끔 과일 말린 것만 사서 주방의 작은 냉장고에 보관해 둘 뿐이었는데 유태진이 그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자리에 앉았다.
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며 드디어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칼날을 세운 듯한 긴장감은 사라진 것 같았다.
‘감정이야 어차피 서서히 쌓이는 거니까.’
어제 택시를 타고 온 박은영은 오늘 유태진의 차로 움직여야 했다.
오늘은 기사가 운전했다.
박은영은 뒷좌석에 앉자마자 하태민 교수가 며칠 전에 보낸 자료를 열었다.
그녀는 자료를 읽으면서 메모를 남기며 옆에 앉은 유태진과 대화를 나눌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그들은 지난 몇 년 동안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일한 차이점은 아마도 그녀가 이제는 그의 냉담한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매달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조용하게 느껴졌다.
유태진 또한 그녀와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 보였지만 무심코 박은영의 휴대폰 화면에 있는 내용 중 일부를 보게 되었다.
“네가 이런 학술 자료를 볼 줄 알아?”
갑작스러운 그의 질문에 박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즉시 휴대폰 화면을 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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