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8화
전화를 받은 유태진은 차분하면서도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인데?”
좁은 차 안에서 박은영은 듣고 싶지 않아도 유나연이 애교 부리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빠, 지금쯤 출발했겠죠? 나 좀 태워 줘요.”
유태진은 유나연의 요구를 다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부분은 냉정하게 거절했다.
그는 차갑게 말했다.
“내가 너의 전용 기사야?”
유나연은 멈칫하다가 불쌍한 어투로 투덜거렸다.
“그냥 길이 같은데 왜 안 된다는 거예요? 할머니께 물어봤는데 오빠가 거기서 나오면 이 길로 지나간다고 했어요.”
유태진은 어린애와 말다툼을 벌이기 싫어서 덤덤하게 말했다.
“기다려.”
그는 고개를 들어 운전기사에게 주소를 알려주고는 다시 박은영을 돌아보며 물었다.
“데리러 가야 하는 데 불편해?”
박은영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잠시 후 길가에 내려주면 돼요.”
원래부터 그의 차에 타려던 건 아니었다.
“비전과 같은 방향이니까 같이 가도 될 거야.”
유태진은 시계를 내려다보며 아무 감정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박은영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
유나연이 알려준 목적지에 도착하자 박은영은 길가에 서 있는 유나연과... 서연주를 한눈에 알아봤다.
‘둘이 함께 있을 줄 몰랐네. 아까 유태진이 갑자기 유나연을 배려한 이유가 있었구나.’
신이 나서 차 문을 열고 들어오던 유나연은 박은영을 보는 순간 입가의 미소가 굳어지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떻게 너도 있어?”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서연주를 난처하게 쳐다봤다.
“새언니... 박은영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서연주는 악어가죽 가방을 들고 여유롭고 우아한 태도로 말했다.
“괜찮아. 가는 길에 같이 타는 거야.”
유나연은 그제야 안심하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서연주의 팔짱을 꼈다.
“우리 새언니는 정말 마음이 넓어요.”
박은영은 그들을 덤덤하게 바라봤다.
마치 자신이 남편 차에 타는 것을 허락해줘서 서연주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마치 서연주가 진짜 여주인 같았고 자신은 외부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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