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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유태진은 시선을 들어 박은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컨디션이 꽤 괜찮아 보였다. 오늘은 옅은 화장을 했고, 허리를 잘록하게 잡아주는 카멜색 코트가 실루엣을 입고 있어서 한층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녀는 평온한 표정으로 차분하게 서 있었다. 박은영도 유태진의 시선을 알아챘지만 그를 보지 않고 휴대폰을 흘끗 보고는 지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옆에 있던 하수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우연이네요. 유 대표님. 식사하러 오셨어요?” 서연주는 그제야 소리를 듣고 옷매무새를 다듬으며 고개를 들었다. 박은영을 보는 순간 그녀의 온화하던 얼굴이 확 식어버렸다. 만약 유태진의 이혼 절차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걱정되지만 않았어도 반드시 박은영을 감방에 처넣었을 것이다. 그녀는 여전히 유태진의 팔을 잡고 있었다. 유태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제안했다. “친구들과 식사 약속이 있는데, 하 대표님도 괜찮으시면 같이 하시겠어요?” 그는 하수혁의 옆에 박은영이 있는 것도 전혀 개의치 않는 듯했다. 서연주는 유태진을 올려다보았다. 미간을 살짝 찌푸리던 그녀는 금방 이해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유태진은 단지 하수혁에게 하는 예의상의 제안일 뿐이었다. 막 박은영과 이혼 절차를 마친 그가 어찌 진심으로 전 부인과 한자리에서 식사를 원하겠는가? 그건 너무 어색하지 않은가 말이다. 하수혁은 비웃는 듯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함께하죠.” 유태진은 놀라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편하게 식사하세요.” 그러는 동안 유태진은 박은영에게 인사할 생각조차 없었다. 박은영 역시 개의치 않은 듯 하수혁과 함께 안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마침, 다른 계단을 통해 정하늘과 김정한이 함께 올라오다가 박은영 그들 두 사람과 마주쳤다. 정하늘은 눈썹을 추어올렸다. 그는 박은영이 어떻게든 모습을 드러내려고 할 거라 생각했었다. 막 입을 열어 박은영에게 인사를 건네려 했지만 박은영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며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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