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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박은영은 정하늘의 ‘우스개’를 들었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 그들이 오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그들이 여기 있는 걸 알고 일부러 따라온 것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유태진은 박은영의 등장에 특별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김정한과 하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며 박은영에게는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김정한은 한쪽에 서 있는 박은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조금... 고립된 듯해 보였다. “기왕 왔으니 어서 와서 함께 하죠?” 정하늘은 오히려 친절하게 초대했다. 이미 찾아온 사람을 내버려 두기도 난처했다. 마치 그들이 인정도 없는 사람처럼 보일 것 같았다. 서연주는 박은영의 등장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윤성빈이 새로운 연구팀을 꾸릴 생각이 없고, 인원을 추가하지 않을 거라고 그녀와 유태진에게 비전의 입장을 전했었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비전이 새로운 인재가 필요한 게 아니라 박은영이 그사이에 가로막고 있다는 걸. 그녀에 대한 박은영의 편견이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물론 박은영이 비전의 결정권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박은영이 하수혁에게 자신에 대해 험담을 했다면, 하수혁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 서연주는 그런 비열한 수단을 경멸하며 신경 쓸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서연주는 골프채를 휘두르며 박은영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채 말했다. “하늘 씨, 한 판 해볼래요?” 정하늘은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가 연주 씨를 이기면 태진이 나한테 여자에게 예의 없이 군다고 혼내지 않을까요? 그렇게 연주 씨를 아끼는데요.” 서연주는 유태진을 흘끗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말 안 해도 벙어리 취급 안 해요.” 그들만의 아늑한 세계가 형성되어 있었다. 외부인이 넘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는 것 같았다. 특히 서연주는 느긋하면서도 당당했는데 박은영이 왔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오히려 주변을 매료시키고 있었다. 유태진처럼 냉정한 남자마저도 그 매력을 거부하지 못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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