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0화
유태진이 강지우의 전화를 받았을 때 마침 김정한과 마주치게 되었다. 강지우는 비전 기업에서 전달한 내용을 그대로 알려주었다.
그리고 비전 기업에서 논의할 여지가 없다는 것도 말했다.
유태진의 눈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는 한참 후에야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강지우는 안절부절못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유태진이 너무 침착한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서연주는 어릴 적부터 최고급 교육을 받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았다. 그녀는 거만했고 유태진의 사랑을 받으면서 점점 제멋대로 굴었다.
서연주가 비전 기업에 잘 얘기하면 해결될 일이었지만 비전 기업에서 담당자를 바꾸지 않으면 협력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유태진은 놀란 기색도 없었다. 만약 경력이 풍부한 책임자에게 권한을 넘긴다면 좋겠지만 자칫하다가 협력이 중단될 수 있었다.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서연주는 일부분 대화를 듣게 되었다. 그녀는 예상치 못한 말에 표정이 어두워졌다.
비전 기업의 요구가 이상주의여서 앞으로 조율해 보려고 했지만 비전 기업에서는 그럴 생각조차 없었다.
김정한이 유태진을 향해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유태진은 서연주가 입술을 깨무는 모습을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비전 기업에서 담당자를 교체하라고 했어.”
김정한은 깜짝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는 서연주가 티젠 컴퍼니에 들어간 후, 비전 기업 프로젝트를 담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두 회사가 협력한다면 박은영과 서연주는 자주 만날 것이다. 그는 협력하다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거라고 여겼지만 담당자를 교체하게 될 줄 몰랐다.
옆 테이블에 앉아 있던 진승현이 그 말을 듣고 물었다.
“서연주 씨, 혹시 실수한 거라도 있어요? 아니면 비전 기업의 사람에게 밉보였나요?”
서연주가 주먹을 꽉 쥔 채 말했다.
“협력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실수라고 할 것조차 없었고요.”
누군가에게 밉보였다면 바로 박은영일 것이다. 진승현이 차갑게 웃으면서 말했다.
“서연주 씨가 너무 훌륭해서 미움을 샀나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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