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4화
안경을 고쳐 쓴 하태민은 이유 없이 유태진을 바라보더니 주위 사람들이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콧방귀를 뀌었지만 설명하지 않고 뒤돌아 안쪽으로 걸어갔다.
박은영 옆을 지날 때 불만스럽게 눈살을 찌푸린 하태민의 얼굴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학업을 포기하고 결혼까지 해서는 이렇게 철저하게 배신당하다니! 박은영 앞에서도 다른 여자에게 정성을 다하는 꼴을 보여주기나 하고! 3년의 청춘을 헛되이 날렸구나!’
목을 움츠린 박은영은 왠지 마음이 허전해졌다.
하태민이 박은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로 캐치한 진승현은 ‘혐오’하는 것 같은 눈빛에 예상했던 듯 입꼬리를 올렸다. 하태민이 안쪽으로 들어가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다가왔다.
예외 없이 모두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하수혁을 바라보았다.
“하 대표, 무슨 내막이라도 알아? 하 교수님께서 정말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는 거야? 혹시 알려주실 수 있어?”
만약 정말로 하태민의 눈에 든 천재가 있다면 미리 컨택해 보고 자기 회사로 스카우트하려는 계획이었다.
서연주도 궁금한 마음에 눈살을 찌푸리며 하수혁을 주시했다.
‘나보다 나은 능력자가 대체 누구이지?’
눈썹을 치켜올린 하수혁은 깊은 뜻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그건... 때가 되면 자연히 모두 알게 될 겁니다.”
하수혁은 당연히 말할 생각이 없었다.
첫째, 시험 일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니 소란 피울 필요가 없었다.
둘째, 지금 박은영을 언급한다 해도 이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결정이 나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터였다.
하수혁의 태도를 모두 알아챘다.
하지만 그런 태도에 전혀 개의치 않는 유태진은 약간의 고민에 잠긴 서연주를 내려다보며 무심하게 술 한 잔 건넸다.
“천천히 하자. 아직 결론이 난 건 아니니까.”
유태진의 위로를 들은 서연주는 비로소 활짝 웃으며 말했다.
“네.”
하태민 같은 국내 최고 권위자는 까다롭고 엄격하며 심지어 가혹할 수 있다. 이것까지는 어느 정도 이해하기에 다음번엔 흠잡을 데 없는 성과를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진승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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