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8화
박은영이 고개도 들지 않고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 마치 유태진에게 정말 무관심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내리깔고 무언가를 생각하던 김정한은 잔을 들고 술을 마시며 안도를 했다.
서연주가 말한 그 책들이 바로 며칠 전 유태진이 본가에서 가져왔던 것들임을 알고 있는 박은영은 놀라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더 이상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느끼지 않았다.
서연주는 하태민에게 대학원 지원제로 거절당했지만 개의치 않았고 오히려 하태민에게 겸손하게 여러 어려운 문제를 질문하며 가르침을 청했다.
어쨌든 대선배인 하태민은 전문적인 질문에 두세 마디 답해주곤 했다.
박은영 맞은편에는 한성호와 허청민이 앉아 있었다. 허청민은 다른 것에는 관심 없이 박은영과 조용히 두어 마디 나누며 열정적인 표정을 지었다.
술을 마시던 중 이 장면을 우연히 본 김정한은 눈에 잠시 의문이 스쳤다.
허청민이 박은영에게 온화하고 열정적인 태도를 보일 줄 예상 못 했던 것이다.
마음속으로 여러 가지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한편 앞자리에 앉아 있는 서연주에게 주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말을 걸었다.
“서연주 씨, 유 대표님이 여기까지 계속 동행하는 걸 보니 궁금해지네요. 두 분은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이 질문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바로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유태진은 그제야 천천히 눈을 떴다.
서연주는 웃음을 참지 못하며 말했다.
“저희는...”
물을 한 모금 마신 하수혁은 박은영에게 조용히 비웃듯 말했다.
“바람피운 자세한 이야기를 누가 듣고 싶어 하겠냐.”
박은영은 마지막 줄까지 작성하고 나서야 휴대폰 화면을 껐다.
이런 이야기에 대해 그녀는 이제 완전히 태연해질 수 있었다.
유태진이 있는 자리에서는 항상 그와 서연주가 화제의 중심이 되곤 했지만 박은영은 이제 조금도 흥미가 없었다.
그런데 그들의 이야기를 이어간 것은 서연주가 아니라 정하늘이었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흥미진진하게 말했다.
“서연주 씨가 말하기 부끄러워하니 내가 대신 말하죠. 작년 7월쯤이었나? 태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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