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1화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깐 멈칫한 박은영은 이내 바로 이해한 듯 차분함을 찾았다.
이금희가 곁에서 듣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유태진은 당연히 연기를 했다.
정말로 박은영을 병원에 오게 하려는 건 아니었다.
다시 도면을 들여다본 박은영은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시간 봐서요.”
유태진이 잠시 침묵하더니 느릿느릿 대답했다.
“그래. 끼니 잘 챙겨 먹어.”
말을 마치자 유태진은 박은영에게 반응하거나 답할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바로 전화를 끊었다.
박은영은 당연히 끼니 챙겨 먹으라는 관심 따위에 개의치 않았다.
그저 가식적인 연기일 뿐 진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전화 자체에도 신경 쓰지 않은 채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도면 측정에 집중했다.
병원에 있는 이금희는 유태진이 한두 마디도 채 나누지 않고 전화를 끊는 모습에 불만 가득한 얼굴로 눈을 부라렸다.
“뭐가 그렇게 급해서 전화를 끊어? 뒤에 호랑이라도 쫓아와?”
컴퓨터를 보던 유태진이 그 말에 눈썹을 치켜올렸다.
“은영이가 아직 밥도 안 먹었잖아요. 계속 전화하면 밥은 언제 먹어요.”
이금희는 목이 멨다.
“언제그 런 것까지 신경 썼어?”
그러다가 잠깐 생각하고는 다시 물었다.
“그런데 사과는 했어? 은영이랑? 해결은 된 거야?”
유태진은 대답하지 않은 채 한 손으로 키보드를 두드리며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 대답도 하지 않았다.
유태진의 태도에 이금희는 화가 치밀었다.
“대충 얼버무리지 마. 은영이 네게 어떻게 했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경고하는데 밖에서 함부로 굴다간 큰일 날 줄 알아. 적당히 해!”
그러고는 잠깐 멈추고 다시 엄숙하게 말했다.
“선 넘는 행동을 하진 않았지? 서씨 가문 그 여자애, 제대로 해결하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직접 쫓아낼 테니까 그때 가서 뭐라 하지 마.”
그제야 손을 멈춘 유태진은 미소를 지었지만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할머니, 저 어떤 사람인지 잘 아시잖아요. 한 번 결심한 일은 후회하지 않아요.”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가슴이 철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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