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317화

넓은 회의실 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서연주의 원래 온화하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녀는 박은영의 평온하면서도 냉담한 시선을 마주했다. 그 안에는 조금의 여지도 없었다. 한참 후, 서연주의 표정이 점차 누그러졌다. ‘역시 내가 생각한 정도의 인성이네. 이렇게 중요한 프로젝트 자리에서조차 사적인 감정을 끌어와 엮다니. 그 하찮은 수작으로 자존심을 지키려 하는 건가?’ 서연주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녀는 더 이상 말할 가치도 없다는 듯 입을 닫았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감정에서 아무런 보답도 받지 못하는 박은영이 어쩌면 꽤 불쌍한 걸지도 몰라. 그렇다면 내가 굳이 더 따지고 얽힐 필요가 있을까?’ 그때, 박은영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날카롭고도 고요한 남자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그는 바로 유태진이었고 그 뒤에는 하수혁이 서 있었다. 하필 이런 때, 유태진에게까지 이 장면을 고스란히 들키게 될 줄은 몰랐다. 박은영의 눈빛은 차갑게 식었고 피하지도 피할 생각도 없이 그의 시선을 받아냈다. 박은영은 유태진이 무슨 생각을 하든 개의치 않았다. 만약 유태진이 서연주를 두둔해 지금 당장 자신과 맞서면 그들 사이는 완전히 끝나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유태진이 속으로 아무리 못마땅해해도 소용없었다. 하수혁의 표정은 묘하게 흥미로웠다. 분명 방금 박은영이 한 당찬 말을 전부 들은 듯했다. ‘작은 선인장이 이젠 제법 가시가 돋았네.’ 누구든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면 피가 날 정도로 찔릴 수 있으니 말이다. 신분만 아니었다면 그는 박수라도 쳐줬을 것이다. “무슨 일이에요?” 하수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문을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유태진에게 손짓했다. “유 대표님, 들어와서 이야기하시죠.” 유태진의 표정에서는 감정을 읽기 어려웠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박은영에게서 천천히 떨어지자 서연주도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서연주의 얼굴엔 설명하기 힘든 묘한 무력감이 잠시 스쳤지만 결국 분위기를 생각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