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7화
박은영은 아직 상양의 구체적인 시스템 상황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각국 기술자들이 서연주와 협력하고 있으니, 당연히 성과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문도 없었다.
“유태진이 서연주 쪽 길은 아주 탄탄하게 깔아줬네. 비전에 문제가 생기자마자 상양이 바로 주목받고 있으니 말이야.”
하수혁이 비웃듯 말했다.
박은영은 대꾸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쪽이 잘되든 말든 신경 쓰지도 않았다.
지금 그녀가 할 일은 확실한 증거를 찾아내는 것, 그리고 비전의 협력사들을 안심시키는 것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한 협력사와의 미팅을 끝내자 박은영은 이미 머리가 지끈거렸다. 짜증 때문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상황을 처리하느라 체력을 너무 많이 소모해버린 탓이었다. 온몸이 힘이 빠져 허탈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의 상태를 눈치챈 하수혁이 말했다.
“점심시간이네. 일단 뭐라도 먹자.”
박은영은 괜히 무리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바로 근처 국무역센터 쪽의 한 회원제 레스토랑으로 갔다.
하수혁은 이곳의 블랙카드 회원이라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 식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격자무늬 가림막 옆을 지날 때 누군가가 그들을 불렀다.
“은영아, 이런 우연이 있네. 같이 먹을래?”
박은영이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 주명훈과 주해린 부녀, 그리고 유태진과 서연주가 함께 있었다.
유태진도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전과 상양의 특허 사건에 대해서도 그는 일절 묻지 않았다.
반대로 서연주는 우아하게 앉아 하수혁에게 말을 건넸다.
“하 대표님, 괜찮으시다면 저희랑 같이 식사하실래요?”
하수혁은 기가 막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엔 두 회사가 최근에 모순이 있었다는 걸 도저히 알 수 없을 만큼 뻔뻔한 제안이었다.
주명훈이 거들며 웃었다.
“어차피 다 아는 사이인데 뭐. 나도 은영이 못 본 지 오래됐네. 오늘은 연주 씨랑 협력 얘기를 나누러 왔는데, 이미 잘 정리됐으니 다 같이 앉아 얘기나 나누면 좋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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