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6화
상대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는 이제 너무나 분명했다.
은서운이 회사를 옮긴 지 오래되지도 않아, 곧바로 비전이 중대한 성과를 내놓자 그는 이익 앞에서 못된 마음을 품은 것이다.
박은영은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었다.
“작년 연말에 내가 기술팀에 코드 실용성을 강의한 적이 있었어. 그때 초기 버전을 예시로 보여주면서 지도했거든. 아마 그 자리에서 은서운이 일부를 알게 된 것 같아.”
그녀가 처음에 은서운을 의심하지 않았던 건, 그가 알 수 있었던 게 극히 일부분의 코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사건이 커진 건, 도운수가 거기에다 대충 짜맞춘 기술안을 보탰기 때문이다. 그 둘이 합쳐져서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경찰의 조사 과정에서 박은영은 더 구체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은서운이 제공한 코드 조각을 바탕으로 도운수가 상양과 텍스 측과의 접촉에서 추론을 거듭해 기술 논리의 극히 일부를 끄집어낸 것이다. 거기에 역추적 기법을 활용해 그녀의 기술 체계 중 불과 3% 남짓한 내용을 뽑아낸 셈이었다.
결국, 도운수가 주도한 자작극이었다.
물론 그가 상당한 실력을 갖춘 엔지니어라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마음이 삐뚤어진 탓에 이런 꼼수를 부린 것이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애초에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그들이 알아낸 건 체계의 주변부일 뿐, 핵심에는 닿을 수조차 없었다. 도운수 역시 그 점을 잘 알고 있었을 터였다. 그가 노린 건 그저 가장자리에 걸쳐 있는 일부 기술안이었다. 딱 그만큼만 있어도 협박하기에는 충분하다고 본 것이다.
조사 결과, 도운수는 이미 2년 전에도 비슷한 수법으로 700만 달러 가까운 합의금을 뜯어낸 전력이 있었다. 그야말로 학계의 골칫덩어리였다.
아마 이번도 그와 똑같은 수작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운수는 박은영이 이미 5년 전, 모든 기술안을 정리해 둔 사실을 간과했다. 당시 그녀는 연구의 중심을 U.N2에 두고 있었고 또 유태진과 결혼하면서 이 프로젝트를 한동안 묻어두었을 뿐이었다.
도운수는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이미 완성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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