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95화
유태진은 박은영이 이 요구를 꺼낼 거라는 걸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묵묵히 듣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거 말고는 뭐든 네가 원하는 걸 말해.”
박은영의 입술 끝에 비웃음이 어렸다.
“난 그거 하나면 돼요.”
짧은 정적 속에 전화기 너머로도 팽팽한 기운이 흘렀다.
유태진은 여전히 차분했다.
“그 그림은 내 손에 없어. 분명히 말하지만 서연주 쪽에도 있지 않아. 애초에 내 소유물이 아니었으니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유태진은 말은 돌려서 하지 않았다.
박은영은 천천히 미간을 좁혔다. 예전에 서연주가 그 그림을 꼭 다시 사들여 허윤정에게 돌려주겠다고 했던 게 분명했는데 어째서 지금 그들 손에 없다고 하는 걸까?
설마 다른 이에게 되팔아 버린 건가?
하지만 박은영은 알고 있었다. 유태진은 비정한 구석은 있을지언정, 거짓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만약 그 그림이 정말 그의 손이나 서연주 손에 있다면 그는 분명 ‘안 된다’ ‘못 준다’ 하고 단칼에 잘라 말했을 것이다.
뜻밖의 대답에 박은영은 가차 없이 찔렀다.
“설령 그 그림이 당신들 손에 있어도, 끝까지 서연주 체면은 지켜주겠죠.”
유태진은 침묵으로 받아쳤다. 박은영도 그의 대답을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담담히 말을 이었다.
“지금은 그 문제를 약속할 수 없어. 하지만 너도 잘 알잖아. 티젠이 너와 비전에게 어떤 의미인지. 넌 결코 그걸 포기하지 못해. 비전을 키우려면 하드웨어 역량을 당장 끌어올려야 하고 티젠은 그 기회를 줄 수 있지. 빌려 쓸 수 있는 힘을 쓰는 게 현명한 선택이야. 그러니... 잘 활용하길 바란다.”
박은영은 순간, 이 남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잠시 눈썹을 찌푸린 채 침묵하다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골몰했다.
사실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지금은 어떤 기회든 잡아야 했다. 티젠은 놓칠 수 없는 절호의 발판이었다.
그림 문제도 마음속으로는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설령 자기 손에 들어온다 해도, 유태진이 허윤정을 지켜내려 마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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