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화
신혼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퇴근 시간 정체로 오는 길에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지민숙은 박은영이 돌아온 것을 보고 매우 기뻐했다.
“사모님, 돌아오셨군요. 저녁은 드셨나요? 준비해 드릴까요?”
박은영은 정중히 사양했다.
“괜찮습니다. 곧 다시 나갈 거예요.”
지민숙은 조금 당황한 듯했다.
“오자마자 또 가시려고 하세요? 혹시... 대표님과 다투셨나요?”
박은영은 신발장에서 일회용 슬리퍼를 꺼내 신으며 말했다.
“아니요.”
사실 진짜로 다툰 적이 없었다.
유태진은 대부분 그녀를 무시했고 이젠 습관이 되었다.
사랑이 식은 것보다 더 상처가 되는 것은 그의 무관심이었다.
매달 정해진 며칠을 제외하고는 거의 대화조차 없었고 다툴 일은 더더욱 없었다.
그들은 절대 싸우지 않았다.
그저 이혼을 하려 할 뿐이었다.
두 사람이 결혼할 때부터 이 집의 청소를 맡은 지민숙은 박은영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지민숙은 박은영이 강한 척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모님,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어요. 부부란 원래 그런 법이잖아요. 사모님은 그런 이치를 가장 잘 이해하시는 분이고요. 그렇죠? 사모님이 대표님을 아직도 사랑하시고 헤어지지 못하겠다면서 이렇게까지...”
과연 수습할 수 있을까?
결국에는 스스로 무릎을 꿇고 화해해야 할 텐데 그것도 참 보기 흉할 것 같았다.
잠시 멈칫한 박은영은 왠지 어리둥절했다.
모두가 박은영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아픈 것도 참아가며 유태진에게 맞춰주는 사람이어야 했다.
유태진 앞에서 비굴해야 했고 유태진에게 하염없이 맞춰주는 사람이어야 했다.
아무도 그녀가 유태진을 포기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박은영은 말없이 입꼬리를 올리며 화제를 돌렸다.
“태진 씨 최근에 집에 온 적 있나요?”
지민숙은 망설이며 말했다.
“자주는 아니고...”
“알겠어요, 쉬세요.”
박은영은 유태진이 집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서연주라는 따뜻한 여자가 있는데 왜 들어오겠는가.
박은영은 서재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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