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말을 마친 뒤 넥타이를 풀며 목욕하러 가는 유태진은 박은영 곁을 지나갈 때 그녀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박은영을 한 번 더 쳐다보는 것조차 서연주에 대한 배신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박은영을 자세히 보았다면 그녀의 얼굴이 병적으로 창백해진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박은영은 유태진의 말뜻을 바로 이해하고는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수줍음 속에 표현할 수 없는 당혹감과 놀라움이 드러났다.
유태진은 그녀가 잠자리를 갖고 싶어 한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오해예요.”
박은영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오늘 밤은 게스트룸에서 잘 거예요.”
유태진은 그제야 잘생긴 얼굴을 아무런 감정 없이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박은영은 이미 단호하게 자리를 떴다.
자세히 생각해보니 거절당한 그녀도 당황스러웠을 것이라는 생각에 희미하게 비웃으며 욕실로 들어갔다.
깨끗한 욕조를 보고는 박은영이 물을 받아두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는 욕조를 한참 바라보다 샤워실로 갔다.
...
박은영은 사실 밤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유태진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계획을 엉망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일어나 세수를 마치고 나갈 때 마침 유태진도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보았다.
전화 중인 그는 차가운 목소리에도 온화함이 묻어났다.
“응, 시간 있어. 네가 정해.”
박은영은 시선을 돌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부드러운 목소리는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서연주에게 하는 말임을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는 그녀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아래층에 내려간 박은영은 이금희가 이곳에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이금희가 그녀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은영아, 이렇게 일찍 일어났니?”
이금희는 박은영 뒤를 따라 내려오는 유태진을 보고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박은영이 놀라며 물었다.
“할머니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이금희가 보온 도시락을 꺼내며 말했다.
“네가 직장을 옮겼다고 들었어. 태진이가 바쁘다고 하더구나. 우리 집에도 갈 시간이 없고 집에서 밥도 못 챙겨 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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