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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위진혁은 그날 서둘러 떠나지 않았다. 여러 사람이 다가와 인사를 건넸고, 예전처럼 차갑게 내쫓지도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괜찮아 보였다. 박은영이 다가갔을 때, 위진혁은 막 한 무리의 사람을 돌려보낸 참이었다. 박은영을 보자 위진혁은 코웃음을 치고 두 손을 뒤로 한 채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박은영도 그대로 뒤를 따랐다. 위진혁의 비서는 뒤에서 붙어 다니며 누가 인사를 시도하면 먼저 나서서 정중히 거절했다.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박은영은 알았다. 위진혁이 이렇게 걸음을 맞춰 주는 것만으로도 기회를 주는 셈이라는 걸. 위진혁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려 그녀를 흘끗 보았다. “이제 너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만나 달라고 줄 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내 허락이 필요하니?” 위진혁의 말은 원래부터 독했다. 그래도 박은영은 개의치 않고 공손히 말했다. “농담하지 마세요. 오늘 벌어진 소동은 저도 많이 뜻밖이었어요.” 위진혁은 느긋하게 계단을 내려가며 말했다. “그럴 만하지. 오늘 이후 네 길은 훤히 트였어. 이 큰 연구계에서 너는, 독보적이야.” 연구를 한다고 해서 이렇게 큰 주목과 영예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 업계에서 이름값이 크게 나는 사람은 위진혁과 하태민 정도였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특별한 공로를 세우거나 아주 높은 자리에 오른 경우가 아니라면 널리 알려지기란 쉽지 않았다. 이제부터는 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것이다. 박은영이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갈지를. 박은영도 그 점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더 이해되지 않는 건 따로 있었다. “아까 안에서, 서연주 일의 내막을 조금 아신다고 하셨잖아요. 그게 무슨 뜻이에요...?” 어째서 그 일에 위진혁이 얽혀 있는 걸까. 위진혁이 느릿하게 그녀를 한 번 보더니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별로 할 말 없어. 결국 선택의 문제야. 한 생각에 천사도 되고 마귀도 되는 법이지. 손대선 안 될 데에 자꾸 삐딱한 마음을 먹으니 이렇게까지 온 거야. 속이 바르면 여기까지 오진 않았겠지.” 그는 사실 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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