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54화
몸을 돌리는 순간, 박은영은 출구 쪽으로 걸어가던 유태진을 보았다.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거리가 있어 표정은 선명하지 않았지만, 꽤 오랫동안 시선을 두고 있는 듯했다. 늘 곧게 뻗어 있던 기운도 이 순간만큼은 한결 느슨해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다.
그 장면을 배서훈이 곁눈으로 지켜보다가 시선을 유태진에게 옮겼다.
하지만 유태진은 오래 머물지 않았다.
곧장 출구로 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이 오가며 차량을 기다리는 북적이는 곳이었다.
그때 배승연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담담한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 대표님, 박은영 씨는 이제 예전과 달라요. 이런 자리에서 정체가 드러났으니 명성과 지위를 동시에 얻은 거죠. 앞으로 누가 박은영 씨를 흔들 수 있겠어요?”
이미 반감을 품은 이들이 있더라도, 지금은 어떤 수단도 통하지 않을 것이었다.
유태진은 시선을 내리며 라이터를 손가락으로 굴렸다.
“그렇겠죠.”
배승연은 미소를 지었지만, 웃음에는 온기가 없었다.
“그런데 아직도 모르겠어요. 서연주 씨와 박은영 씨... 유 대표님은 도대체 누구를 사랑하시는 겁니까?”
오늘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라면, 그녀 역시 서연주가 그의 진심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이후로는 알 수 없었다.
유태진과 박은영의 부부 관계가 공개된 뒤 자신이 귀국했을 때, 유태진은 아내인 박은영에게 한 번도 온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가 기울인 모든 배려와 편드는 말, 길을 열어주는 행동은 언제나 서연주를 향해 있었다. 누구라도 서연주가 그의 마음속 전부라고 여길 만했다.
하지만 지금 서연주는 치명적인 사건에 휘말렸다. 사실로 확정되면 최소 7년 형이었다.
그녀가 이렇게 무너진 데에는 배승연이 관여한 탓도 있었다. 귀국한 뒤 화랑 전시부터 시작해, 서연주의 앞길을 막고 발목을 붙잡은 일이 결국 그녀의 몰락을 앞당긴 셈이었다.
그 사이 박은영은 아무도 모르게 명성과 이익을 동시에 손에 넣었다. 단숨에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윗선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