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0화
굳이 그가 마중을 나오길 바라지 않았다. 괜한 연극일 뿐, 서로를 더 어색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업무를 마치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저녁 7시에 가까워졌다. 박은영은 곧장 차를 몰아 일도 별장으로 향했다.
요즘은 장마철이었다. 도로에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눅눅한 흙냄새가 공기 가득 번져들었다.
현관 앞에 이르러 우산을 접은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이 집의 비밀번호를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유태진이 결혼 당시 신혼집으로 다시 매입한 뒤, 출입 비밀번호는 모두 바뀌어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면 이금희가 수상히 여기실지도 몰라, 박은영은 순간 미간을 좁혔다.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뒤에서 발소리가 다가왔다. 축축한 공기 사이로 은근한 전나무 향이 스쳤고 고개를 돌리려는 순간 누군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았다. 곧 그녀의 검지가 지문 인식기에 눌렸다.
삑삑...
문이 열렸다.
박은영은 놀란 눈으로 고개를 들어 유태진을 바라봤다.
유태진은 이미 손을 거두고 맑은 눈빛으로 그녀를 곧장 마주했다.
“들어가.”
더는 설명하지 않고 우산을 든 채 앞서 걸어 들어갔다.
왜 내 지문이...?
박은영은 눈살을 좁혔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와 서연주의 보금자리일 텐데, 어째서 아직도 자신의 지문이 남아 있는 걸까. 지우는 걸 잊은 걸까.
더 곱씹지 않고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곧장 마주한 건 완전히 달라진 1층의 풍경이었다. 기억 속 구조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고, 낯선 소품들이 가득 들어서 있었다. 그녀가 3년 동안 정성을 들여 꾸몄던 집과는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는, 그저 낯선 공간이 되어 있었다.
새로운 집이었고, 동시에 남의 ‘집’이기도 했다.
그렇게 잠깐 멍하니 선 채 몇 초가 흘렀다.
유태진이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봤다. 깊은 눈동자는 파문 하나 일지 않았다.
“왜 그래?”
박은영은 잠시 눈길을 마주한 뒤,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대답했다.
“아니에요.”
거실에는 이효정이 앉아 있었다.
주방 쪽에서는 인기척을 느낀 이금희가 걸어 나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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