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9화
대형 스크린이 켜지자, 장내를 채우던 모든 속삭임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하객들의 시선이 일제히 단상 위로 쏠렸다.
이금희 일행도 뜻밖의 광경에 놀란 얼굴로 화면을 바라봤다.
그리고 곧, 스크린 속에 한 남자의 얼굴이 나타났다.
유태진이었다.
다만 지금의 그보다 훨씬 젊었다. 소년의 기운이 아직 남아 있던 스무 살 무렵의 유태진이었다.
이효정은 단번에 알아봤다.
“저건... 태진이가 스무 살쯤 됐을 때야.”
영상 속 유태진은 정장을 입은 고등학생들 틈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배경은 경운시의 명문고 졸업식장이었다. 아마 직접 캠코더를 들고 찍은 영상인 듯했다.
화면의 왼쪽 구석에는 한 소녀가 노란 장미 한 다발을 품에 안은 채 친구들과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머, 은영이에요! 은영이 고등학교 졸업식이잖아요!”
심가희가 놀라서 하수혁의 팔을 쳤다.
순간, 모두가 숨을 죽였다. 시선은 한곳으로 모였다.
멀리서 찍힌 영상이었지만, 그 카메라가 향한 방향만으로도 누가 그의 세상의 중심이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제 너도 성인 됐으니까 나더러 늙었다고 한 건 넘어가 줄게. 네가 나를 좀 무서워하는 거 같아서 익명으로 노란 장미 한 다발 보냈어. 졸업 축하해.”
풋풋한 젊음 특유의 오만함과 순수함이 함께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잠시 뒤, 화면이 전환되었다.
이번에는 눈썹을 찌푸린 채, 살짝 화가 난 듯한 유태진이 나타났다.
“나는 리베리카에서 비행기 타고 겨우 네 졸업식에 맞춰 갔는데, 넌 내가 준 꽃을 네 오빠가 보냈다고 착각하더라? 네 오빠는 아직 외국에 있거든! 그럼 누가 그 꽃을 보냈겠냐, 하늘에서 떨어진 거겠냐? 게다가 그걸 친구들이랑 나눠 가져? 휴... 카드라도 한 번 읽어봤으면 좋았을 텐데.”
하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누구도 본 적 없는 낯선 유태진이었다.
까칠하면서도 솔직한 청년, 사랑을 서툴게 표현하던 시절의 그였다.
심지어 정하늘조차 입을 벌린 채 중얼거렸다.
“이건... 내가 아는 그 유태진이 아닌데.”
영상은 계속 이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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