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4화
유성에서 학명까지 장장 13시간이 걸렸다.
박은영은 가끔 유태진의 대단한 체력에 놀라곤 했다. 며칠을 연속으로 운전하면서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었다. 그녀가 어딜 가고 싶다고 하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따라나섰다.
유태진은 박은영이 과일 봉지를 들고 오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그거 다 먹었어?”
박은영은 차마 너무 맛이 없어서 버렸다고는 말하지 못하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아주 달던데요. 대표님은 맛볼 복이 없으신 거죠.”
사실은 역겨울 정도로 달고 온통 인공 향료 맛뿐이라 혀가 마비되는 기분이었다.
유태진이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 과일 이름이 뭔지 알아?”
박은영이 고개를 돌렸다.
“대표님은 아세요?”
다음번에 저 과일을 마주치면 반드시 돌아가리라 다짐했다.
유태진이 고개를 살짝 돌리며 얇은 입술을 열었다.
“산다래.”
“...?”
“무슨 뜻인데요?”
유태진이 노래를 틀며 말했다.
“먹으면 똑똑해진대. 지금 보니 너 좀 똑똑해진 것 같다.”
“...?”
그녀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중간에 들른 휴게소에서 일부러 인터넷에 검색을 해보았다.
진실을 알게 된 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
박은영은 문득 쓰레기통에 버린 그 과일 봉지를 다시 파내서 그의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오는 길은 그런대로 편안했다.
학명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 4시였다.
아직 동이 트기 전이었다.
유태진은 차를 몰아 바다가 감싸고 있는 한 별장으로 그녀를 데려갔다. 근처의 다른 별장들과는 꽤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체크인을 마치자 박은영은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직원들이 짐을 전부 별장 안으로 옮겨주었다. 서비스가 아주 훌륭했다.
그녀는 얼른 씻고 자고 싶었지만 둘러보니 위아래 층을 통틀어 어찌 된 일인지 침실이 딱 하나뿐이었다.
물론 이전에 유태진의 침대가 망가지는 바람에 계속 같은 침대를 쓰긴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이렇다 할 진전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