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6화
박은영은 뒤에 있는 유태진을 돌아보았다. 두 사람은 훅가이도에서 돌아온 후 한동안 편안히 휴식을 취했다.
이 기간 동안 박은영은 유태진의 예전 속마음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유태진의 시선으로 자신과의 일들을 되짚어보니 사람 사이에 솔직함이 얼마나 어렵고 귀한 것인지 깨달았다.
때로는 가장 간단한 일처럼 보이는데도 막상 실천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웠다.
일단 마음을 쓰기 시작하면 사소한 것까지 따지게 되고, 상대가 나를 얼마나 더 사랑하는지 혹은 덜 사랑하는지 같은 디테일 하나하나가 목을 조르는 무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어른이 되어 앞뒤를 재는 것 또한 대부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정말 연기 잘하시네요. 제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에요.”
박은영은 유태진이 자신을 성장시켜 준 것에 감사했다. 자신은 본래 독립적이거나 과감하게 밀어붙이는 성격이 아니며 대체로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유태진이 준 도움 중 정신적인 성장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유태진이 박은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당장 불같이 뜨겁게 대해야 하나? 너처럼 어릴 때부터 남한테 마음 안 여는 성격은 아마 누구보다 빨리 도망쳤을걸.”
이 점에 대해서 유태진은 꽤 잘 알고 있었다.
박은영의 마음을 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은영은 멋쩍어했다.
그건 사실이었다. 예전의 그녀는 자신을 방어하는 껍질이 너무 두꺼웠다.
하지만 유태진이 출장을 핑계로 떠났던 그 신혼여행 덕분에 박은영은 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 자동차 여행 이후 경운시로 돌아온 그녀는 마음가짐을 바꾸고 유태진과의 부부 생활을 가꾸는 데 집중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때는 누군가에게 잘해주는 방식을 피상적으로밖에 알지 못해서 그저 그를 위해 정성껏 요리를 하고 무의식적으로 의지하는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내가 준 블랙카드, 넌 바보같이 그걸로 네 물건 하나 살 줄 모르더군.”
이 말을 하며 유태진은 손을 들어 박은영의 이마를 가볍게 튕겼다.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