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8화
박은영은 구체적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심가희가 사실 매우 슬퍼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어릴 때부터 마음먹은 사람이었으니까.
모든 사람이 심가희가 심준영의 아내가 될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10년, 20년이 지난 지금, 도리어 심가희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박은영은 심가희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박은영이 심가희 곁으로 다가가 앉으며 조용히 물었다.
“그 사람이랑 얘기는 다 된 거야?”
심가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이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그가 동의한 셈이라고 해야 하나? 상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심준영이 줄곧 아무런 태도를 보이지 않았지만, 심가희는 그가 이 결과를 반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되면 심준영은 굳이 나쁜 놈이 될 필요도 없었다.
“그런 셈이지. 최대한 빨리 처리할 거야. 그때가 되면 난 정말 사랑에서 해방되어 홀가분해지겠지!”
심가희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휘휘 내젓고는 테이블 위의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그렇게 애써 태연한 척하는 모습에 박은영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심가희와 심준영의 일은 어쩌면 박은영 자신과 유태진의 관계보다 더 복잡했다.
어릴 적부터 이어진 인연이었다.
심가희는 아주 어릴 때부터 심준영과 결혼할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렇게 뿌리 깊게 박힌 생각을 스스로 뽑아내는 것은 살을 도려내고 뼈를 깎는 고통이나 다름없었다.
박은영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심가희를 응원하는 것뿐이었다.
하수혁이 술잔을 만지작거리다 심가희를 힐끗 보았다.
“그놈보다 좋은 사람 많아. 널 이해하고 사랑해 줄 사람도 많고. 감정 문제에 있어서, 절대 너 자신을 손해 보게 두지 마.”
심가희는 멍해졌다.
반면 유태진은 느긋하게 고개를 들어 하수혁을 쓱 훑어보았다.
원래 일행은 고급 한정식을 먹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심가희가 집에서 온 전화를 받았다.
당장 집으로 돌아오라는 연락이었다.
심가희는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급하게 식사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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