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0화
배달 기사님이 물었다.
“심가희 씨 맞으시죠?”
심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습니다.”
기사님은 음식을 건네주고 황급히 가버렸다.
심가희는 어리둥절하며 돌아왔다.
열어보니 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생리통 완화 세트였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심준영을 떠올렸다.
어쨌든 그는 그녀의 생리 주기를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미간을 찌푸리는 순간 휴대폰이 윙 하고 울렸다.
확인해 보니 하수혁에게서 온 카톡이었다.
[다 먹으면 월급 안 깐다.]
심가희는 이 메시지를 보며 독설을 내뱉는 하수혁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의 몸이 안 좋은 걸 눈치챘다는 사실에 놀랐다.
기분이 금세 조금 나아졌다.
막 고맙다고 답장하려던 참이었다.
그녀는 타자 치던 손을 갑자기 멈췄다.
문득 심준영이 했던 하수혁의 마음이 순수하지 않다는 말이 떠올랐다.
심가희는 갑자기 등골이 오싹해졌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쥐어뜯었다.
시험 삼아 메시지를 보냈다.
[헐, 설마 나 좋아해요?]
[?]
그 차갑고 무심한 물음표 하나에 심가희는 하수혁이 속으로 쌍욕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답장을 보냈다.
[아, 아니에요. 방금 우리 집 고양이가 쳤어요.]
[가지가지 하네.]
심가희는 더 이상 감정 소모를 하고 싶지 않아 억지로 심준영의 일을 머릿속에서 지우고 하수혁이 시켜준 따뜻한 음식을 즐겁게 먹어 치웠다.
심준영은 기다리면 다시 오겠다고 말했었다.
밤이 될 때까지 심준영은 오지 않았다.
이것은 심가희가 진작에 예상했던 일이었다.
예전에도 심준영은 심지은의 부름에 떠나면서 매번 다시 오겠다고 말했지만 단 한 번도 돌아온 적이 없었다.
예전에는 심준영에게 무슨 일이 생겨 발이 묶였을 거라며 자신을 위로했었다.
이제 그녀는 깨달았다.
어떤 사람이 그가 떠나는 것을 원치 않으면 심준영은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 그녀는 심준영이 오리라 기대하지 않았기에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원래부터 결혼할 생각도 없었으니까.
중요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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