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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박은영은 심가희의 상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한눈에 알아봤다. 늘 털털하고 쾌활하던 그녀가 지금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앉아 있었다. 하지만 심가희는 쉽게 무너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빛 속엔 여전히 꺾이지 않는 불꽃이 있었다. 운명 따위에 순순히 굴복할 성격이 아니었다. “지금 무슨 생각 하고 있어?” 박은영은 조심스레 물었다. ‘감정에 휩쓸려 무모한 일을 벌이면 안 되는데... 내가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심가희는 고개를 들어 짧게 미소 지었다. “이런 일 때문에 걱정하지 마. 나, 해결할 수 있어.” 결국 두 가문이 얽힌 복잡하고, 무거운 문제였다. 누군가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싸움이기도 했다. 박은영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내리며 화제를 졸렸다. “근데... 이 드레스, 사이즈 안 맞는 거 아니야?” 심가희는 자신이 입은 드레스를 내려다봤다. 헐렁한 허리선이 그녀의 사이즈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결혼식 날짜를 갑자기 앞당겼어. 괜히 시간 끌면 일이 틀어질 수도 있다면서, 그냥 서둘렀대. 원래 주문한 드레스는 제작 기간이 길어서, 급하게 이걸로 정했지. 뭐, 어차피 상징적인 결혼식이니까.” 말끝에는 씁쓸한 자조가 묻어났다. 이 결혼식은 사랑이 아니라 체면을 위한 쇼였다. 심준영이 자신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를 새삼 실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사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이렇게까지 와서 그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때, 문이 열라면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준비 다 됐어요?” 심준영이었다. 조종사다운 단정한 제복 차림, 곧게 뻗은 어깨선... 빛이 닿을 때마다 반사되는 은빛 단추가 괜히 눈에 밟혔다. 그를 보는 순간, 과거의 마음이 스쳤다. 한때는 심가희는 그에게 모든 걸 걸었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너무도 순수하게 믿고, 너무도 쉽게 다쳤다. 이제는 그 마음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남은 건 상처와, 그 상처를 견디며 배운 냉정함뿐이었다. 그녀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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