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0화
그건, 심가희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원래 배우를 향해 있었다.
그 남자가 막 자리에서 일어나 두 걸음쯤 걸었을 때, 전혀 다른 목소리가 예식장 안을 뚫고 울려 퍼졌다.
심가희의 심장이 거세게 요동쳤지만 애써 표정을 가라앉혔다.
하수혁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검은색 슈트를 입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상 위로 걸어 들어왔다.
그 광경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렸고, 공기마저 뒤집힌 듯했다.
아무도 그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
박은영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번졌다.
‘설마,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옆자리의 유태진은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놀란 기색 없이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는 박은영의 손등을 가볍게 문지르며 낮게 말했다.
“가희 씨가 결혼하기 싫다고 했을 때 하 대표님이 자기도 억지 결혼할 뻔했다고 했던 말, 기억나?”
그 한마디에 모든 퍼즐 조각이 단번에 맞춰졌다.
박은영은 놀라움을 머금은 채, 다시 단상 위를 바라보았다.
하수혁은 이미 심가희 곁에 서 있었다.
그의 검은 슈트와 그녀의 흰 웨딩드레스가 묘하게 어울렸다.
두 사람의 모습은 어쩐지 너무도 자연스러워, 마치 처음부터 함께 서 있어야 했던 커플처럼 보였다.
한편, 심가희도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하수혁은 천천히 그녀의 손목을 감싸며 시선을 맞췄다.
그녀의 떨림이 그의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수많은 사람들의 조롱과 시선을 홀로 감당해야 했다.
아무리 침착한 척해도, 그 마음속에는 긴장과 두려움, 그리고 막막함이 뒤섞여 있었다.
하수혁은 그런 그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천천히 하객석으로 돌렸다.
“오늘 벌어진 일, 다들 보셨을 겁니다. 이건 단순한 결혼식이 아니라 기업 간의 거래였습니다. 그런데 심준영 씨는 그걸 알고도 신부를 버리고 도망쳤습니다.
책임도, 체면도,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조차 지키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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