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1화
예식장은 한동안 완전히 혼란에 빠졌다.
사람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건 양가 부모님들이었다.
심해준은 멍하니 단상을 바라보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수혁 씨...?”
‘그토록 냉철하고 머리 잘 돌아가는 남자가, 내 여동생 같은 그 덜렁이를 좋아한다고? 이게 말이 돼?’
지금 이 상황이 도무지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다.
단상 위, 심가희의 귀에는 아직도 울림이 남아 있었다.
세상이 멈춘 듯, 모든 소리가 아득하게 사라졌다.
그녀는 그저 멍하니 하수혁을 바라보았다.
그는 어느새 그녀 앞에 서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깊고 단단한 결의가 담겨 있었다.
순간, 멈춰 있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수혁은 한 걸음 다가와, 오직 그녀만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바보야. 준영 씨처럼 책임도 없고 영향력도 없는 사람보단 내가 낫지 않아?”
그제야, 심가희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맞아. 수혁 오빠의 신분이라면 누가 감히 뭐라고 하겠어?’
그의 위치와 영향력이라면, 단 한마디로도 심호영의 입을 완전히 막아버릴 수 있을 정도였다.
이제 심준영 쪽에서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터였다.
심가희는 망설이지 않고 하수혁을 향해 손을 내밀며 답했다.
“좋아요.”
...
원래 그녀는 그저 형식적으로 반지를 끼는 시늉만 하려 했다.
그런데 그다음 순간, 하수혁이 주머니에서 작은 케이스를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워 넣었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어.”
심가희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시선을 자신의 손가락으로 내렸다.
반지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에 놀라울 만큼 완벽히 맞는 사이즈였다.
오늘의 결혼식은 불편한 웨딩드레스, 원치 않았던 식, 모두가 강요하고 억지로 그녀를 떠밀어 넣은 자리였다.
그런데 단 한 가지, 하수혁이 건넨 그 반지만은 처음부터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듯 완벽히 들어맞았다.
하수혁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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