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파리 떼에 둘러싸이다
주이찬은 아무 말 없이 의자에 기대어 담배를 깊이 빨아들였다.
잠시 뒤, 담배 연기가 그의 뚜렷한 이목구비를 감쌌다.
주이찬의 눈빛은 냉철하고 침착했으며 헤아릴 수 없는 깊은 생각이 깃든 듯했다.
도지후가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허민영이 그를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그런 중요하지 않은 사람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거야? 자, 우리 계속 카드나 치자.”
도지후는 목구멍까지 나온 말을 다시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탁자에 앉은 다른 사업가들도 묻지 않고 묵묵히 있었다.
국내 연예계에는 유능한 매니저들이 많았다. 유수진은 새롭게 떠오른 인재이긴 했지만 톱스타를 만들어내지 못했기에 그녀의 이름이 아직 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듯했다.
주이찬은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의 손가락 사이에 끼운 담배는 재가 반 이상 타버린 채 길게 매달려 있었다.
모두가 이 사실을 잊고 카드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주이찬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도지후, 계속 말해 봐.”
잠시 멈칫하던 도지후는 곧 이해하고 입을 열었다.
“여기 있다는 건 당연히 일 때문이겠지. 그러면 술은 무조건 마셔야 하는 거고. 중요한 건, 내가 보기엔 협력자가 유수진한테 꽤 관심 있는 것 같더라.”
주이찬은 별 관심 없는 듯 조용히 앉아 있었다.
어릴 때 주이찬은 말수가 적었지만 음침하지는 않았다.
온화하고 예의 바르며 소년 같은 순수함이 넘쳐나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와도 같았다.
하지만 유수진이 일방적으로 그와 이별한 뒤, 주이찬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음침해졌고 조용히 앉아만 있어도 주변을 불편하게 할 정도의 무거운 기운을 뿜었다.
허민영이 도지후를 노려보며 유수진 이야기를 왜 꺼내는 거냐고 나무라자 도지후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간 주이찬과 유수진의 관계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이는 도지후였다.
비록 유수진이 주이찬에게 미안한 일을 저지르기는 했지만, 둘 사이에는 오랜 시간 쌓아온 깊은 정이 있었고 더욱 중요한 건 주이찬이 아직도 유수진을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우연히 마주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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