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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며느리의 조건

유수진은 그의 조롱을 무시해 버렸다. “나한테 할 말 있다고 하지 않았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일 부모님이 오후 비행기로 도착하셔. 당신 요리 잘하잖아. 내일 직접 요리해서 대접했으면 해.” “부모님이 오시니까 아이는 다른 데 맡겼으면 좋겠어. 강미나한테 맡기든지 아니면 친정에 맡기든지. 부모님 가시면 그때 다시 데려와. 오랜만에 오시는데 기쁘게 해드려야지.” 그는 당당하게 명을 내렸고 연우의 존재가 자신의 부모님을 불쾌하게 만들 거라고 했다. “제정신이야?” 유수진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당신 부모님 대접하겠다고 약속한 적 없는데? 나 바빠. 요리할 시간 없어. 그리고 부모님을 기쁘게 하고 싶다면 연우를 보내면 안 되지. 당신 부모님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나니까.” 한경민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며느리로서 시부모님한테 잘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니야? 당신도 우리 부모님 탓하지 마. 어느 부모가 아들이 남의 자식을 키우는 걸 좋아하시겠어?” “언제까지 그 얘기를 할 거야? 그리고 내가 결혼 전에 당신 속이고 결혼한 것도 아니잖아. 사기 결혼이라도 당한 것처럼 말하네.” 피곤했던 유수진은 그와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았다. “내일 연우를 데리고 호텔에서 지낼 거야. 당신 집안 식구들끼지 오붓하게 시간 보내. 난 자리 비워줄 테니까. 당신 부모님 돌아가면 그때 다시 올게.” 한경민은 미간을 찌푸리며 불같이 화를 냈다. “당신이 며느리인데 당연히 집에 있어야지.” 유수진은 차갑게 웃었다. 그동안 그들은 남남처럼 각자 살았고 갑자기 이런 요구를 하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심호흡을 하던 그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내 입장 난처하게 만들지 마. 며칠 있다가 금방 돌아가실 거야.” “내일 몇 시에 도착하시는데?” 설득이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바로 승낙할 줄은 몰랐다. 한경민은 조금 당황한 눈치였다. 밥 한 끼 먹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유수진은 성격이 강하지만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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