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화
진도윤은 아침 식사를 들고 돌아서다가 마침내 강인아를 발견했다.
“깼어?”
진도윤은 평범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곧 나갈 거라서 네 몫까지 만들 시간이 없었어. 알아서 해결해.”
강인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인아는 진도윤에게 정말로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심시은만을 위해 정성껏 요리하고 싶어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부엌에서 풍겨오는 향기에 속이 뒤틀렸지만 강인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부엌으로 들어가 국수를 끓였다.
아침 식사 후 진도윤과 심시은은 두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갈 준비를 했다.
그때 진서진이 갑자기 그들을 붙잡았다.
“잠깐만요! 드릴 게 있어요.”
진서진과 진유진은 쿵쾅거리며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가 잠시 후 똑같은 디자인의 티셔츠 네 벌을 안고 내려왔다. 누가 봐도 가족 티셔츠였다.
심시은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래도 괜찮을까?”
진서진은 작은 얼굴을 쳐들고 완고한 눈빛으로 말했다.
“저희 마음속에서는 이모가 엄마나 다름없으니까요.”
진도윤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심시은에게 말했다.
“애들이 억지를 부리는 거니까 이번 한 번만 같이 해줘.”
심시은은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은 가족 티셔츠로 갈아입고 나란히 섰다.
진도윤과 심시은은 남색 티셔츠를 입었고 진서진과 진유진은 축소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가슴에는 ‘아빠 엄마 사랑해’라는 만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때 심시은이 갑자기 강인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인아야 너도 함께 갈래?”
강인아는 고개를 저었다.
“난 됐어.”
“그래도 아이들의 엄마인데 안 가는 건 좀 그렇잖아...”
심시은은 다가와 강인아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가자. 가족이라면 함께 다녀야지.”
강인아는 이끌리듯 차에 올랐다.
놀이공원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가족 티셔츠를 입은 네 사람의 뛰어난 외모는 단번에 수많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 젊은 여성이 얼굴을 붉히며 사진 촬영을 부탁했고 진도윤은 뜻밖에도 거절하지 않았다.
“아내분이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여자는 심시은을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두 아이도 정말 귀여워요!”
진도윤은 부인하지 않았고 심시은은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진서진과 진유진은 더욱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가슴을 쭉 폈다.
강인아는 투명 인간처럼 그들 뒤를 따라다녔다. 칭찬과 환호를 받는 모습 진도윤의 손이 자연스럽게 심시은의 허리에 닿는 모습 두 아이가 엄마라고 부르며 심시은에게 애교를 부리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심장이 마비될 듯 아파서 오히려 고통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저녁 무렵 그들은 대관람차 앞에 도착했다.
직원은 웃으며 진도윤과 심시은에게 말했다.
“두 분 정말 잘 어울리시네요. 대관람차 꼭대기에서 부부가 키스하면 평생 헤어지지 않는다고 해요.”
진서진과 진유진은 서로를 바라보며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차량은 천천히 올라갔고 도시의 불빛이 발아래로 흘러내렸다.
대관람차가 거의 꼭대기에 다다랐을 때 두 아이는 갑자기 진도윤과 심시은의 뒤로 달려가 힘껏 밀었다.
“아!”
심시은은 비명을 지르며 진도윤의 품에 안겼다.
입술이 닿는 순간 두 사람은 동시에 굳어버렸다.
심시은은 당황해 물러서려 했지만 진도윤은 엉겁결에 뒤통수를 붙잡고 키스를 더 깊게 했다.
진서진과 진유진은 입을 가리고 낄낄 웃으며 몰래 승리의 제스처를 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