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화
황성민은 알고 있었다. 남하연 역시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피해자라는 것을.
그녀의 엄마가 자신의 아빠와 눈이 맞아 도망쳐 버린 순간 남하연 또한 한순간에 돌아갈 곳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엄마의 죽음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의 심장 깊숙이 박혔다.
황성민은 그 고통에서 도망칠 비상구가 필요했다.
누군가를 증오하고 탓하지 않으면 도저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리고 남하연은 그 증오를 쏟아붓기 가장 쉬운 제물이었다.
그렇게 그는 엄마의 죽음에 억지로라도 ‘이유’를 만들어냈다.
그 위태로운 틈을 타 진서아가 나타났다. 그녀는 먼저 손을 내밀며 자신이 곁을 지켜주겠다고 속삭였다.
황성민은 진서아의 속셈을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한 적도 없었다.
그저 진서아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해도 남하연이 아파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황성민은 뒤틀린 만족감에 빠져들었다.
졸업 후 10년이 흐르는 동안, 그는 어느새 진서아의 곁에 익숙해졌고 새로운 누군가를 알아가는 게 버거울 만큼 무기력해졌다.
그래서 황성민은 그 자리에 머물기로 했다.
...
하지만 한밤중, 적막 속에서 눈을 뜰 때마다 황성민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건 늘 남하연이었다.
환하게 웃던 얼굴부터 억울함에 목이 메면서도 끝내 아무 말 하지 못한 채 눈가만 붉히던 처연한 모습까지... 그 장면들이 끊임없이 되살아나 그를 잠 못 들게 했다.
황성민은 홀린 듯 책상 앞으로 다가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비밀번호 자물쇠로 단단히 잠긴 남하연의 일기장이 들어 있었다.
수능이 끝난 어느 날, 출처를 알 수 없는 택배 하나가 황성민에게 도착했었다.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건 오직 그 일기장뿐이었다.
그는 몇 번이고 자물쇠 번호를 돌려 보며 열어 보려 애썼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미움뿐인 그녀의 기록 따위 그냥 버리면 그만이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그러지 못했다.
황성민은 일기장을 들어 올려 메마른 손끝으로 표지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 순간 손에서 미끄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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