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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그 이웃집 남자 우리 아빠잖아. 그럼 아주머니는... 하연의 엄마?’ 그러니까 그때의 일은 애초에 남하연 엄마의 잘못이 아니었다. 황성민의 아빠가 억지로 남하연 엄마를 강제로 범한 거였다. 두 집안을 망가뜨린 장본인은... 결국 황성민의 아빠다. 그런데 비겁했던 황성민은 그 죄를 마주할 용기가 없어 모든 증오를 남하연에게 쏟아냈다. 정작 진짜 피해자만 그 모든 고통을 혼자 감당하게 되었다. “아빠... 하연아...” 황성민은 바닥에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쥔 채 목이 찢어질 듯 울부짖었다. 자신이 저지른 잘못은 이미 돌이킬 수도 없을 정도로 너무 컸다. ... 그는 꽃집에서 하얀 국화 한 다발을 샀다. 그리고 당시 동창이 알려준 주소를 따라 남하연의 묘를 찾아갔다. 묘비에는 사진 한 장조차 없었다. 너무 단출해서... 가슴이 더 아팠다. 황성민은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국화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그리고 차가운 비석에 이마를 기댄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연아... 미안해. 이제야 진실을 알았어. 전부 우리 아빠 잘못이고... 내 잘못이었어. 너를 미워하면 안 됐는데... 너를 다치게 하면 안 됐는데...” 그는 묘비 앞에서 꼬박 다섯 날을 버텼다. 낮에는 물 한 모금도, 밥 한 숟갈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밤이면 묘비 옆에 웅크린 채 끝없이 사과만 되뇌었다. 묘지에 바람이 스치고 지나갈 때면 마치 남하연이 아무 말 없이 대답해 주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제는... 하얀 원피스를 입고 ‘성민아’라고 불러주던 그녀를 다시는 볼 수 없었다. 여섯째 날 밤, 의식이 흐릿해진 황성민은 결국 버티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귀 옆으로 익숙한 수업 종소리가 울렸다. 눈앞에는 청담고 교실이 펼쳐졌다. 창문 사이로 햇살이 책상에 쏟아지고 아이들은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모든 게... 10년 전 그대로였다. “남하연! 칠판 지워!” 앞자리에 앉아 있던 남학생이 일부러 칠판지우개를 남하연 발치에 툭 던지며 못되게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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