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8화
강우빈은 끝내 28층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불쑥 들이대면 심은지가 불편해할 걸 알았기 때문이다.
심은지가 보온병 뚜껑을 열자 은은한 향이 퍼졌고, 안에는 제비집으로 만든 죽이 담겨 있었다.
다른 통에는 불 세기가 딱 맞은 채소볶음이 가지런히 담겨 심은지의 식욕을 돋웠다.
아래 칸에는 겉모양부터 먹음직스러운 찐빵이 놓여 있었다.
심은지는 여전히 이것들이 강우빈 손에서 나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더 따져 볼 마음도 없었다.
그냥 그릇에 죽을 덜어 한 숟갈 떠 넣었다. 달콤하지만 느끼하지는 않았다.
채소의 식감이 아삭한 데다가 간은 심심했고 이상하게도 심은지의 입맛과 딱 맞았다.
다만 찐빵은 반 개쯤 먹고는 더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심은지는 보온병의 절반이 훌쩍 넘어가도록 죽을 비웠고, 채소로 숟가락을 받쳐가며 꾸준히 먹었다.
바로 그 시각, 강우빈은 심종훈의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꼬박 한 시간을 넘긴 뒤에야 한성 그룹을 나섰다.
강우빈은 회사로 곧장 돌아가지 않고 다시 강씨 저택으로 가서 점심의 식재료를 골랐다.
주혜린은 옆에서 애간장이 탔다.
‘이러다간 내가 할 일도 전부 빼앗길 판이네...’
“사모님은 쌀밥이 약간 된 편을 좋아하세요.”
주혜린은 예전 메뉴 노트를 펼쳐 보았다. 사실 그 기록은 강우빈과 강은우의 입맛을 기준으로 적힌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심은지의 개인 취향에 관한 항목은 거의 없었다.
강우빈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지난 세월 집에서 먹어 온 쌀밥의 질감을 떠올렸다. 확실히 조금 꼬들꼬들한 편이었다.
아스파라거스 새우볶음은 이제 제법 손에 익었다. 몇 번 손이 데어버린 끝에 강우빈은 이제 한 손으로 펜을 휘두르는 것까지 가능해졌다.
요즘 심은지가 국물은 물린다고 했던 게 떠올라, 강우빈은 오늘 갈비탕 대신 갈비찜을 선택했다. 압력솥을 쓰지 않고 한 시간 반을 들여 제대로 쪘다.
국은 입만 헹구라는 듯 간단하게 미역 달걀국으로 잡았다.
점심 무렵, 심은지는 집에서 올 도시락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대신 올라온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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