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5화
심은지의 입가에 번진 미소는 예의상 지은 형식적인 웃음에 불과했다.
‘고아린이 소개한 사람, 믿어도 되는 걸까?’
방도원은 손에 와인잔을 들고 살짝 멈칫했다.
그는 심은지가 임신 중이라는 사실이 의외였던 모양이었다.
심은지는 회사에서 바로 온 듯 몸에 딱 맞는 정장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커리어 우먼다운 단정하고 냉철한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들은 모두 일에 몰두하는 편인데 임신이라니...’
방도원은 조용히 와인을 한 잔 따라 마시고 심은지에게는 물 한 컵을 내밀었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의 방도원이 흰 가운을 걸치니 금테 안경 너머의 부드러운 인상은 본래의 도도한 분위기를 조금 감춰주었다.
“심은지 씨, 점심은 뭐 드셨어요?”
별 의미 없는 말처럼 들렸지만 방도원은 속으로 그녀에 대한 첫인상과 정보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티 나지 않게 심은지를 관찰했다.
‘맑은 피부, 또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눈에 띄게 고급스러운 옷과 구두로 보면 집안도 꽤 좋아 보이는데 눈매에 어딘가 쓸쓸함이 깃들어있네. 감정 문제인 건가?’
심은지는 방도원의 은밀한 시선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런 쓸데없는 대화에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었던 심은지는 점점 피로해졌하지만 겉으론 여전히 공손하게 답했다.
“집에서 싸준 도시락 먹었어요.”
심은지는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며 자리에서 일어날 채비를 했다.
그 작은 움직임마저 방도원은 놓치지 않고 심은지가 그를 경계하고 있다는 걸 단번에 알아차렸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낯선 이를 경계하기 마련이지만 이곳은 심리상담 클리닉이었다.
방도원이 원하는 건 환자가 보이는 전적인 신뢰였다.
“심은지 씨는 고양이 좋아하세요?”
심은지가 막 자리를 뜨려던 찰나 방도원이 느닷없이 고양이 이야기를 꺼냈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좋아해요. 다만...”
고양이와 강아지 모두 좋아하던 심은지는 어릴 적 집에서 고양이 한 마리와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를 키웠다.
다섯 살쯤 됐을 때 고양이가 집을 나가버린 후 그녀는 더 이상 고양이를 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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