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화
심은지는 말을 마치고 문 쪽으로 걸어 나갔고 한서연은 굳이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심은지가 문턱을 넘는 순간 등 뒤에서 애원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지 언니, 정말 부탁이에요. 저한테서 강우빈 뺏지 말아줘요. 나한테는 그 사람뿐이란 말이에요. 언니는 강우빈 아니어도 언니를 사랑해 주는 부모님도 있고 이 거대한 한성 그룹도 있...”
한서연은 마치 심은지가 그녀 인생의 마지막 구명줄이라도 되는 듯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간청했다.
잠시 멈칫한 심은지는 이내 아무 미련 없이 다시 발을 내딛고 걸어갔다.
몇 걸음 가지 않아 격앙된 감정에 위장이 뒤틀린 듯 갑작스러운 입덧이 몰려온 그녀는 입을 틀어막았다.
그 뒷모습을 보며 한서연은 마치 승리감에 취한 사람처럼 눈물을 닦았다.
그녀의 눈가엔 꼭 강우빈을 얻고 말겠다는 차가운 결의가 스쳐 갔다.
화장실로 뛰어 들어간 심은지는 속을 다 게워 냈다.
토할 게 없어질 때까지 거세게 구토한 뒤 그녀는 겨우 진정된 얼굴로 사무실에 돌아왔다.
창백한 얼굴로 지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리며 강은우에게서 음성 메시지가 왔다.
한참을 망설이던 심은지는 요 며칠 직접 심씨 가문까지 찾아와 음식들을 건네주던 강은우가 생각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조금은 쭈뼛대는 듯한 강은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엄마, 서연 이모한테 롤 케이크 전달해달라고 했는데 드셨어요? 입맛에 맞으면 매일 사드릴게요. 세뱃돈 모은 거 아직 많이 남았거든요.”
그 말을 들은 심은지의 눈가에 복잡한 감정이 번졌다.
기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강은우도 그녀에게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분명한 건 한서연이 오늘 찾아온 이유가 모자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다는 사실이었다.
마음 한구석이 조금 편안해지긴 했지만 강은우가 남긴 상처는 여전히 쉽게 아물지 않았다.
십여 분 뒤, 대영 그룹 대표실.
한서연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와 일부러 강우빈의 시선을 끌 듯 머뭇거리며 서류를 내밀었다.
“한 비서, 얼굴이 왜 그래?”
심은지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

Locked chapters
Download the Webfic App to unlock even more exciting content
Turn on the phone camera to scan directly, or copy the link and open it in your mobile browser
Click to copy l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