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9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야?”
심은지의 목소리는 차디찼고 얼굴은 표정 하나 없이 냉정했다.
방금 한서연의 뺨을 내리쳤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간 한서연의 하얀 뺨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있었다.
“은지 언니...”
짝!
심은지는 반대쪽 뺨도 내려치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내가 죽기를 바라는 거냐고!”
심은지의 손끝은 떨리고 있었고 눈가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이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힘을 너무 세게 줘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녀의 시선은 한서연과 그녀 손에 들린 과자 상자에 꽂혀 있었다.
심은지는 견과류 알레르기가 있었다.
그건 한때 심은지의 비서로 일하던 한서연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은지는 자신이 그렇게 아껴주고 친동생처럼 보살폈던 사람이 자신에게 그런 과자를 내밀었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지 않았다.
한서연의 뺨은 화끈하게 달아올랐고 그 따가운 통증에 그녀 마음속 깊이 쌓여 있던 질투심이 잠시 사그라들었다.
심은지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한 한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손에 들린 호두과자를 바라보았다.
물론 이 과자 하나로 심은지가 바로 죽는 건 아니었다.
기껏해야 두드러기가 날 테고 병원에 바로 가면 아무 일이 없을 것이었다.
하지만 심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목이 부어 숨이 막히고 병원에 가기 전에 정말 죽을 수도 있었다.
한서연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그녀는 심은지의 눈을 마주 보지 못한 채 고개를 살짝 떨궜다.
한서연은 심은지의 눈동자에 담긴 책망을 느낄 수 있었다.
심은지는 마치 어떻게 자신한테 이럴 수 있냐고 묻고 있는 듯했다.
머릿속에 수년간 심은지가 자신에게 베풀었던 모든 호의가 스쳐 지나가자 한서연은 주먹을 꼭 쥐었다.
심은지를 만나기 전까지 22년의 인생을 살면서 그 누구도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해준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없이 고마웠고 마음 깊이 심은지를 언니, 가족, 친구로 여겼다.
하지만 강우빈을 만나고 나서 한서연의 야망은 서서히 커졌다.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하던 감사함은 나아가 부러움, 질투로 변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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